[기고] ‘워싱턴 선언’으로 핵우산 더 강력해졌다
핵무기 사용에 대한 확실한 답변
차관보급 협의체 아쉽지만
나토보다 기민한 대화 가능
2006년 ‘확장 억제’를 공약한 이후 미국은 주기적으로 이 원칙을 재확인하고, 이것이 기존 핵우산에 비해 더 강력한 안전보장임을 강조했지만, 우리에게는 항상 불안감이 남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핵무기로 공격받을 경우 미국이 이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해 보복해줄 것인가, 그것도 미국의 해외 기지나 본토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약속을 지킬 것인가 하는 의문은 북한 핵 능력 고도화와 함께 증폭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4월 26일(미국 현지 시각)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과 ‘워싱턴 선언’은 확장 억제에 대한 보장(assurance) 효과를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선, 한미는 새로운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 창설을 통해 향후 핵 및 전략 기획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는데, 이를 통해 대북 핵 억제와 관련된 정책 결정 및 집행에 우리 목소리를 반영할 여지가 확대되었다. 차관보급 협의체를 통해 과연 정무적이고 전략적인 결정에 대한 협력까지 가능할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NATO의 ‘핵기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NPG) 같은 장관급 협의와 비교할 때 더욱 기민하고 긴밀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워싱턴 선언’은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을 포함하여 미국 전략 자산이 정례적으로 한반도에 전개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고, 한국에 대한 핵 공격은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천명하였다. 전략핵잠수함은 핵탄두를 적재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특화된 잠수함으로, 이를 전개하면 자칫 중국 및 러시아와 갈등으로 비화(escalation)할 수 있기에 대단한 결심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종전 의구심에 대해 미국은 자신들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에 대한 핵 위협을 억제·대응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확실한 답변을 제시한 것이다.
무엇보다 ‘워싱턴 선언’을 통해 미국은 북한의 핵 위협과 관련하여 동맹국인 한국을 대하는 자세가 종전과는 달라졌음을 보여주었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 확장 억제 공약에 의구심을 표명하고 이전과는 다른 대응을 요구하면 미국은 “(확장 억제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약속은 그 누구도 의심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응답하곤 했다. 미국은 한국의 우려가 이유가 있으며, 별도 문건이나 성명을 통해 확실히 체감할 수 있는 확장 억제 조치를 약속하는 것이 탄생 70년을 맞이하는 한미 동맹 결속을 위해서도 타당하다는, 새로운 인식을 ‘워싱턴 선언’에 담아낸 것이다.
‘워싱턴 선언’이 한국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상 의무 준수를 명기함으로써 우리의 자체 핵 무장 여지를 차단했다는 점을 아쉬워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한미 간 조치는 여건 변화의 산물이고, 과거라면 ‘워싱턴 선언’도 기대하기 어려웠으리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미국의 확실한 확장 억제 조치에도 북한의 핵 위협이 계속 커진다면 미래에는 전술핵 재배치를 비롯하여 더욱 강화된 대응 조치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NCG를 통해 이러한 논의까지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보강을 취해 나가고 운영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
존 햄리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4월 25일 아산정책연구원 주최 ‘2023년 아산플래넘’에 보낸 화상 축사에서 “확장 억제는 단순히 우리가 한국을 위해 보복을 확장하겠다는 약속이 아닙니다. 확장 억제는 우리가 한국과 함께 싸워나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라고 언급하였다. ‘워싱턴 선언’은 바로 이러한 정신을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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