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60] 윤 대통령과 만찬장의 노래
팝송의 인기가 바닥인 대한민국에서 발표된 지 50년도 더 지난 노래 한 곡이 오랜만에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부른 노래다. 만찬에서 게스트가 부르는 노래는 기껏해야 한두 소절 정도인데 윤 대통령은 무려 일곱 소절, 8분 30초가 넘는 이 긴 대곡의 후렴 부분을 빼고 거의 1절을 다 불렀다.
이 노래는 호스트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물론 한미 양국 국민에게도 작지만 신선하고 강렬한 쇼크였다. 우리에겐 ‘Vincent’라는 명곡으로 알려진 싱어송라이터 돈 매클레인의 대표곡으로 (‘Vincent’ 역시 윤 대통령의 애창곡으로 알려져 있다), 1971년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했으며 그 후 50여 년 동안 가장 러닝 타임이 긴 빌보드 1위 곡의 자리를 지킨 곡이다. 이 노래는 매우 복잡한 함의를 담고 있는 문제작이면서 제목이 암시하듯이 가장 미국적인 가치에 대한 문화사적 통찰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 오래 전을/나는 지금도 기억해요/그 음악이 얼마나 날 미소 짓게 했는지를요/그리고 그때 난 내가 노래할 기회만 생긴다면/사람들을 춤추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걸 알았죠...(A long, long time ago/I can still remember/How that music used to make me smile/And I knew if I had my chance/That I could make those people dance...).”
하지만 이 노래는 ‘가장 좋았던 (미국의) 시절’에 대한 추억이면서 동시에 노래 가사에 등장하는 ‘음악이 죽은 날(The day the music died)’에 대한 지성적인 만가(挽歌)다. 그날은 바로 1959년 미국의 청년 문화를 이끈 로커 버디 홀리와 리치 발렌스가 탄 비행기가 추락해 사망한 날이다.
1942년생인 조 바이든은 그때 학생회장 선거에 나갔던 열일곱 고등학생이었고 그의 젊은 시절을 관통하는 이 노래는 먼저 세상을 떠난 장남 보 바이든과 함께 가장 좋아한 노래였다. ‘자유(freedom)’라는 단어를 46회나 언급한 43분간의 미 의회 연설만큼 임팩트 있는 1분이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답소녀’ 김수정, 동덕여대 공학 전환 반대 서명…연예인 첫 공개 지지
- “이 음악 찾는데 두 달 걸렸다” 오징어게임 OST로 2등 거머쥔 피겨 선수
- “이재명 구속” vs “윤석열 퇴진”… 주말 도심서 집회로 맞붙은 보수단체·야당
- 수능 포기한 18살 소녀, 아픈 아빠 곁에서 지켜낸 희망
- 이재명 “우리가 세상 주인, 난 안 죽어”… 野, 특검 집회서 판결 비판
- [단독] ‘동물학대’ 20만 유튜버, 아내 폭행하고 불법촬영한 혐의로 입건
- [단독] ‘제주 불법 숙박업’ 송치된 문다혜, 내일 서울 불법 숙박 혐의도 소환 조사
- ‘58세 핵주먹’ 타이슨 패했지만…30살 어린 복서, 고개 숙였다
- 美검찰, ‘월가 마진콜 사태’ 한국계 투자가 빌 황에 징역 21년 구형
- 아이폰부터 클래식 공연, 피자까지… 수능마친 ‘수험생’ 잡기 총력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