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395] 차(茶) 밭에서 쉬다
20~30대는 취업을 걱정하고 40~50대는 이모작을 걱정한다. 40~50대 월급쟁이 남자들은 직장 그만두면 그다음에는 뭘 해야 하는가를 머리 빠지게 고민하고 있다. 인생 이모작의 사례들을 관찰해 보니까 두 종류이다. 쌀농사에서 보리농사로 전환하는 케이스가 있다. 비슷한 업종으로 간 사례. 그렇지 않고 전혀 상관없는 분야로 멀리 뛴 사람들을 보면 용감하기도 하고 거듭난 인생 같은 생각도 든다. 신문기자를 하면서 비판적 먹물 생활을 하다가 산골의 야생 차밭으로 가서 차인(茶人)이 된 최성민. 멀리 뛰었다.
그가 운영하는 산절로 야생다원은 곡성군 고달면의 산골에 있었다. 섬진강변을 따라 자동차 하나 겨우 들어가는 길을 요리조리 들어가는데, 강변에서는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강변의 안개는 주변 풍광을 수묵화로 변화시킨다. 물안개와 소나무가 뒤섞인 강변의 언덕에 그가 차를 만드는 제다실(製茶室)이 있었다. 섬진강이 여울을 감아 돌면서 내는 물소리가 떠나버린 고향의 물소리처럼 아련하게 들린다. 강 너머로는 이 동네 사람들이 명당으로 여기는 곤방산이 바라보고 있다.
집 뒤의 차 밭에 들어가서 이제 막 올라오는 연두색의 찻잎들을 따 보았다. 1창 2기의 찻잎들. 녹색식물의 정수는 찻잎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 싱그러운 생명력과 촉감이 에너지를 준다. 옛날 도인들은 봄 산에 올라가서 약초들을 따며 ‘춘산채지가(春山採芝歌)’를 불렀지만, 요즘의 월급쟁이들은 차 밭에 와서 찻잎을 딸 때 ‘채다가(採茶歌)’를 불러야 할 것 같다. 네댓 명이 찻잎을 1kg쯤 따서 대나무 광주리에 담아 놓았는데, 그 광주리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보니 그 자연의 향이 사람을 매혹시킨다. 차를 뜨거운 물에 끓여 먹을 때 하고는 전혀 차원이 다른 녹색의 향이 두뇌와 심장을 감싸 안는다.
“왜 이렇게 향이 사람을 매혹시킵니까?” “이 향을 다신(茶神)이라고 했습니다. 차가 지닌 신령함이죠. 이 신령한 녹색의 에너지가 정신을 안정시키고 분노를 가라 앉히게 만듭니다. 저도 차 밭에 와서 기자독(記者毒)을 많이 뺐습니다.” 차의 3대 성분은 카테킨, 테아닌, 카페인이다. 카테킨은 음식 소화에서 나오는 활성산소를 없애준다. 녹차의 녹색은 카테킨 색깔이다. 테아닌은 정신을 안정시켜주는 작용이 있다. 최성민에 의하면 한국에서 나는 온대지방의 소엽종 녹차에 테아닌 성분이 특히 많다고 한다. 이 부분에 ‘K-Tea’의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모작은 한국 차의 전도사가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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