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세상] 청춘
기자 2023. 5. 1. 03:00
없었을 거라고 짐작하겠지만
집 앞에서 다섯 시간 삼십 분을
기다린 남자가
제게도 있었답니다
데이트 끝내고 집에 바래다주면
집으로 들어간 척 옷 갈아입고
다른 남자 만나러 간 일이 제게도
있었답니다
죽어 버리겠다고 한 남자도
물론 죽여 버리고 싶은 남자도
믿기지 않겠지만
김경미(1959~)
‘청춘’ 하면,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으로 시작하는 수필이 먼저 떠오른다. “사랑의 풀이 없으면 인간은 사막”이라고도 했다. 청춘은 글자 그대로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을 뜻한다. 생명이 태동하는 시기인지라 정적이기보다 동적이다. 피가 뜨거워 운동과 여행, 모험을 즐긴다. 남녀 간의 사랑에도 눈뜨고,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짝사랑이나 실연은 물론 다툼과 절교, 화해도 반복한다.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인생을 알아간다.
시인의 젊은 시절도 다르지 않다. “집 앞에서 다섯 시간 삼십 분을 기다린 남자”도 있고, 양다리를 걸치기도 한다. 만나주지 않자 남자는 “죽어 버리겠다고”도 한다. 집에 바래다준 남자와 집에 들어갔다가 만나러 간 남자와는 헤어졌을 듯하다. 실연을 당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겠지만, ‘세월이 약’이다. 지나고 보면 안다. 안타까운 건 도전보다 포기한다는 것이다. 사랑도 하고, 실연도 당해 봐야 하는데 말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 힘으로 삶을 견딘다.
김정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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