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성장을 향한 갈망, 김선형이 아직도 최고인 이유

손동환 2023. 5. 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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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4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3월 13일 오후 2시 30분에 진행됐다. SK와 김선형 관련 기록은 인터뷰 시간 기준이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인물인 해남대부속고 이정환은 도내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합에 늘 굶주려 있다. 그걸 지켜본 남진모 해남대부속고 감독은 “이정환이 늘 성장을 원한다. 그런 이정환은 올해도 최고다”고 말했다.
서울 SK의 에이스이자 KBL 최정상급 선수인 김선형도 마찬가지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뽐내고 있음에도, 더 나은 경기력을 갈망한다. 그런 마음가짐은 김선형을 또 한 번 최고의 선수로 만들었다. 아니, KBL에서 범접하기 어려운 선수로 만들었다.

‘연봉 킹’의 진정한 의미
2021~2022시즌은 SK와 김선형 모두한테 최고의 시즌이었다. SK는 창단 역사상 처음으로 통합 우승을 달성했고, 김선형은 데뷔 첫 플레이오프 MVP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 FA(자유계약)가 김선형에게 찾아왔다. 만 35세가 된 김선형이라고는 하나, 김선형은 여전히 KBL 최정상급 선수. 김선형은 FA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했다. ‘연봉 킹’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이유. SK 역시 그런 김선형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김선형은 2022년 5월 24일 계약 소식을 알렸다. 계약 기간 3년에 2022~2023시즌 보수 총액 8억 원의 조건으로 SK에 남았다. 2022~2023시즌 등록 선수 중 최고의 보수 총액을 받았다. 일명 ‘연봉 킹’. KBL 선수 중 ‘최고’라고 인정받았다. 그리고 비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바라셨던 ‘연봉 킹’이 됐습니다.
‘돈을 가장 많이 받는 선수’라는 점에 목을 맨 게 아니라, 제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는 갈망의 의미였습니다. 구단에서 저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아주셨고, 구단에서 제 가치를 높이 평가해주셨어요. 그래서 기분이 더 좋았습니다.
달라진 월급이 통장에 찍혔습니다. 어떠셨나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연봉에 맞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죠. 책임감도 더 커졌고요.
말씀하신 대로, 훈련하는 자세부터 달라져야 했는데요.
달라진 보수와 달라진 위치가 제 책임감을 더 끌어올렸어요. 그런 게 달라진 훈련 자세로 나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농구에 임하는 마음도 더 진지해졌고요.
어떤 점에 집중하셨나요?
저 개인의 퍼포먼스는 늘 자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저 혼자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경기 자체를 지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 이유로, 경기 운영을 더 많이 생각했어요.

예상치 못한 시련
2022년 여름의 SK는 2021년 여름의 SK와 달랐다. 먼저 다양한 역할을 해주던 안영준이 군에 입대했다. 연결고리가 사라졌기에, 기존 선수들의 부담이 더 커졌다.
게다가 정규리그 MVP인 최준용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여러 포워드가 남아있기는 했지만, 김선형이 느낀 압박감은 컸다. 최준용은 높이와 운동 능력, 패스 센스와 볼 핸들링을 겸비한 자원이었기 때문.
SK의 시선 또한 김선형과 자밀 워니에게 더 쏠렸다. SK를 상대하는 팀의 시선도 마찬가지였다. 김선형과 자밀 워니만 견제하면 그만이었다. 김선형이 분전해도, SK가 지는 날이 많았던 이유. SK는 결국 1라운드에서 2승 6패를 기록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위압감이 무색해졌다. ‘연봉 킹’의 타이틀을 안고 있던 김선형도 마찬가지였다.

안영준이 군에 입대했고, 최준용이 족저근막염으로 이탈했습니다.
두 명의 핵심 포워드가 빠졌습니다. 게다가 여러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졌어요. 대비하기 어려운 요소들도 나왔기 때문에,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때의 어려움은 저와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습니다.
김선형 선수도 무릎 부상을 안고 있었습니다.
(2021~2022시즌 종료 후 대표팀에 선발된 김선형은 무릎 부상으로 인해 도중 하차했다)

말씀하신 대로, 무릎 때문에 대표팀에서 하차했습니다. 그렇지만 트레이너 형들이 재활 프로그램을 잘 짜주셨고, 저도 몸을 만드는데 더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즌도 잘 치르고 있는 것 같아요.
SK의 1라운드 성적은 2승 6패였습니다.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다 보니, ‘내가 더 해야 한다. 내가 더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밀 워니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고요.
그런 이유였을까요? 김선형 선수가 잘하고도, SK가 지는 날이 많았습니다.
제가 1점 밖에 넣지 못해도, 팀이 이기면 기분 좋습니다. 제가 부진해도, 팀 승리에 콧노래를 부를 수 있어요. 그렇지만 제가 좋은 활약을 하고도 팀이 패하면, 너무 열 받아요. 팀이 지는 날은 어떤 이유든 잠을 못 자요. 너무 분하고, 아쉬웠던 순간들만 생각나거든요.

세월을 잊은 그대
SK의 1라운드 성적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좋지 않았던 성적은 치고 나가기 위한 발판이었다. 부상 중이었던 최준용과 군에서 제대한 최성원이 로스터에 합류한 후, SK는 상승세를 달렸다. 2라운드에서 7승 3패를 기록했다. 3라운드부터 5라운드까지 6승 3패-5승 4패-7승 2패. 디펜딩 챔피언의 면모를 보여줬다.
특히, 5라운드 성적이 인상적이었다. SK의 5라운드를 만든 이는 김선형이었다. 김선형은 5라운드 평균 33분 10초 동안 16.9점 8.3어시스트 1.8스틸로 맹활약했다. 94표 중 59표로 5라운드 MVP에 선정됐다.
김선형의 위상은 EASL(동아시아 슈퍼리그) 챔피언스 위크에서도 드러났다. 아시아 강호들을 상대로, 스피드-마무리 능력-침착함 등 자신의 강점을 보여줬다. 안양 KGC인삼공사와 함께 한국 팀의 위상을 과시했다.

SK는 2라운드부터 치고 나갔습니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고 군에서 돌아온 최성원이 합류했어요. 그게 컸던 것 같아요. 전력이 플러스가 되면서, 뻑뻑했던 경기력이 원활해졌거든요. 저 역시 체력 부담을 덜었고요. 그래서 쭉 치고 올라갔던 것 같아요.
5라운드 중반에 다시 위기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SK와 김선형 모두 저력을 보여줬는데요.
(SK는 5라운드 중반 최준용의 부상 이탈로 어려움을 겪었다)

준용이가 다쳤지만, (최)부경이의 몸 상태가 후반부에 급격히 좋아졌어요. 부경이가 공수 모두 큰 역할을 하다 보니, 팀 경기력도 안정적으로 나온 것 같아요.
저 역시 하나의 옵션을 더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저와 워니의 2대2 뿐만 아니라, 저와 부경이의 2대2가 상대 수비를 흔드는 옵션이 됐거든요. 다른 선수들도 부상 선수들의 공백을 너무 잘 채워줬어요. 다들 120%의 힘을 내줬기에, 저희가 저력을 발휘했던 것 같아요.
‘김선형의 실력은 가면 갈수록 는다’는 평도 있습니다.
저도 그런 걸 느낄 때가 있어요. 포괄적인 의미로 보면, 농구가 더 성장한 것 같아요. 전희철 감독님께서도 “이 타이밍에는 이걸 해줬으면 좋겠는데, 너가 그걸 하더라”며 신기해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나서는, “(실력이) 어떻게 점점 좋아질 수 있냐? 따로 하는 게 있어?”라고 물어보기도 하셨고요.(웃음)
팀원들과의 시너지 효과가 나왔기에, 김선형 선수의 농구가 성장한 거겠죠?
맞습니다. 저희 팀 최근 라인업이 1라운드와 같았는데도 3연승을 달렸습니다. 저와 워니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같은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에, 선수들의 자신감이 높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승세를 탈 수 있었어요.
다른 선수들의 자신감도 커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와 워니 모두 다른 선수들을 살려줄 수 있었어요. 저 같은 경우 해야 할 때와 살려줘야 할 때를 더 잘 구분하게 됐고, 워니 역시 어시스트 숫자가 늘었어요. 그래서 저희 농구가 더 원활해졌다고 생각해요.
EASL 챔피언스 위크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줬습니다. KBL과는 어떤 게 달랐나요?
(SK는 EASL 챔피언스 위크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예선전에서 만난 베이 에어리어 드래곤즈를 상대로는 18점 차의 열세를 뒤집었다)

국제 대회마다 느끼는 게 있습니다. 심판진이 하드 콜을 한다는 점입니다. 어지간한 몸싸움에는 파울을 불지 않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첫 경기 끝나고, 다들 적응했던 것 같아요.
또, 외국 선수 2명이 함께 뜁니다. 자연스럽게 공격을 진행하면 안 돼요. 코트 밸런스가 맞지 않거든요. 경기 시작할 때부터 위치 설정을 해야, 각자의 동선과 타이밍이 맞아요. 선수들끼리 사전에 그런 작업을 했기 때문에, 서로 간의 충돌이 없었다고 생각해요.
5라운드 MVP로 선정됐습니다.
정말 좋았습니다.(웃음) 한 라운드를 모두 잘 해야 받는 상이라, 의미가 컸거든요. 그리고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선수들이 많이 지쳐요. 잔부상도 많아지고요. 게다가 저희 팀은 부상 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받은 라운드 MVP라, 훨씬 더 값졌다고 생각해요. 어려운 상황을 함께 해준 동료들에게도 고마웠고요.

김선형의 최대 무기 : 갈망
기자가 김선형과 인터뷰를 나눌 때, SK는 30승 18패로 3위였다. 2위 창원 LG(31승 16패)와는 1.5게임 차. SK와 LG의 잔여 경기 수를 고려하면, SK의 2위 등극은 쉽지 않다. 바꿔 말하면, SK의 4강 직행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라면...’이라는 시선이 많다. SK의 경쟁자인 조상현 LG 감독 또한 “SK는 큰 경기를 해본 선수가 많다. 언제든 치고 나갈 힘이 있는 팀이다”며 SK의 잠재력을 경계했다.
SK가 경계를 당하는 이유. 김선형의 힘이 클 것이다. 김선형의 스피드와 해결 능력이 SK를 더 높이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 김선형 또한 SK의 잠재된 힘을 신뢰했다. 그리고 ‘성장’을 여전히 갈망하고 있다.

SK는 지금 2위 경쟁에서 한 발 떨어져 있습니다.
2위를 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2위는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바람일 뿐, 예상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제 스타일은 매 경기에 집중하는 겁니다. 이때까지 해왔던 대로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요?(웃음)
‘그래도 SK라면...’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그 기반에는 김선형 선수가 있고요. SK와 김선형 선수의 잠재된 힘은 어떤 걸까요?
저희 팀의 숨겨진 힘은 집중력입니다. 저희 선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하면, 무섭게 분위기를 타거든요. 그런 것 때문에, 상대가 저희를 무서워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아직도 배고파요.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늘 아쉬워요. ‘이때는 이렇게 했다면... 이걸 더 잘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이 크게 들어요. 그래서 제 퍼포먼스는 제 기대에 늘 못 미치는 것 같아요. 그게 제가 가진 힘이자 무기라고 생각해요.
과제는 어떤 게 있을까요?
40분 내내 잘해야 합니다. 기복을 줄여야 해요. 집중력이 생길 때만 잘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게 남은 경기의 가장 중요한 요소예요.
개인적으로는 팀을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저희 팀이 어떤 조합으로 들어오느냐에 따라, 제가 팀을 어떻게 움직일지 잘 생각해야 합니다. 생각했던 것들을 잘 이행해야 해요. 그런 게 경기력과 많이 직결되거든요.
SK가 또 한 번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요?
저희는 플레이오프에서 더 자신 있습니다. 단기전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거든요.(웃음) 또, 주변에서 ‘SK에는 2명의 해결사가 있다’고 하십니다. 해결사의 존재는 분명 커요. 단기전 승패는 4쿼터에서 날 확률이 더 높고, 확실한 해결사를 지닌 팀이 4쿼터와 시리즈를 지배할 수 있거든요.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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