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의 ‘샌드위치 가게’가 40년 만에 문 닫자 브로드웨이가 울었다

한국 이민자 김민씨 운영하던
타임스스퀘어 '스타라이트 델리'
39년 만 폐점 소식에 '환송회'

지난달 28일 미국 폭스뉴스가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위치한 명소 '스타라이트 델리'의 폐점 소식을 전하고 있다. 폭스뉴스 캡처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한복판에 있던 작은 샌드위치 가게가 문을 닫았다. 소박한 가게의 폐점 소식에 화려한 브로드웨이의 배우들이 몰려들었다. 71세의 한국계 미국인 김민씨가 40년 가까이 운영하면서 하나의 명소로 자리 잡은 ‘스타라이트 델리(Starlite Deli)’의 환송회를 위해서였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는 “뉴욕시의 또 다른 상징적인 역사가 과거 속으로 사라진다”면서 스타라이트 델리의 폐점 소식을 전했다. 언뜻 보기엔 평범한 가게가 뉴요커와 브로드웨이의 배우들을 사로잡은 배경에는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서 성실하고 친절하게 손님을 대했던 김씨와 직원들이 있었다. 김씨의 가게는 1983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 6시에 문을 열고 샌드위치와 커피 등을 제공했다. 디즈니의 뮤지컬 ‘알라딘’에서 지니 역을 맡은 제임스 먼로 이글하트는 “첫 공연을 마치고 여기에 왔었다. 이곳은 가야만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브로드웨이만 김씨를 사랑했던 건 아니다. 고객들로부터 ‘미스터 민’이라고 불리는 김씨 역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시카고, 라이온킹 등을 좋아하는 브로드웨이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폭스뉴스는 밝혔다. 김씨는 인터뷰에서 ‘단골손님 중 유명한 사람이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모든 손님이 내게는 유명 스타”라고 답하기도 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스타라이트 델리'의 폐점 당일인 지난달 28일 단골이던 브로드웨이 배우들이 모여 환송회를 열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틱톡 'Prestionmui' 영상 캡처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에는 김씨 부부를 위해 폐점 당일 가게 앞에 모여 노래를 부르는 브로드웨이 배우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유됐다. 이들은 노래뿐 아니라 단골들의 메시지를 담은 기념사진과 1만7,000달러(약 2,300만 원)의 성금을 김씨 부부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앞서 온라인 모금 사이트인 고펀드미에는 김씨의 ‘퇴직금’을 위한 후원 페이지가 개설됐다. 공개된 영상에서 김씨는 “영원히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고, 그의 아내는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두 사람은 모인 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했다.

미국 뉴욕에서 '스타라이트 델리'를 운영했던 김민씨를 위해 만들어진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의 사이트. 김씨의 '다음 인생'을 응원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퇴직금을 모았다. 고펀드미 캡처

CBS방송도 이달 초 스타라이트 델리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한국 서울 출신인 김씨가 높아진 임대료 부담에 더해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 은퇴한다고 보도했다. 연극 프로덕션 매니저 닉 포레로는 “김씨는 우리 업계에서는 전설”이라며 “모두가 그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CBS에 말하기도 했다. “다른 종류의 브로드웨이 히트작을 만든 한 남자가 ‘마지막 막’에 접어들자, 주변에서 사랑과 감사를 전하고 있다.” 39년 동안 늘 성실하게 일했던 김씨를 향한 CBS의 헌사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