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메이저 강자’ 이다연 “다음 목표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주미희 2023. 5. 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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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크리스F&C KLPGA 챔피언십 제패
KLPGA 투어 통산 7승…메이저 우승은 세 번
지난해 8월 왼쪽 손목·팔꿈치 인대 파열 진단
수술·재활 후 9개월 만에 필드 복귀
“계속해 나아가려는 태도 덕분에 어려움 이겨내”
공동 4위 방신실, 300야드 장타 때려내며 ‘눈도장’
이다연이 30일 열린 K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크리스F&C KLPGA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든 뒤 셀카를 찍고 있다.(사진=KLPGA 제공)
[양주(경기)=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늘 가졌던 목표다. 앞으로 남은 메이저 대회에서도 계속 우승에 도전하겠다”

‘메이저 강자’ 이다연(26)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3시즌 첫 메이저 대회 크리스F&C 제45회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3억원)을 제패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30일 경기 양주시의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이다연은 버디 7개를 잡고 보기 3개를 범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 공동 2위 손예빈(21), 박결(27)을 4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1년 8개월 만에 거둔 KLPGA 투어 통산 7승째. 이다연은 2019년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 메이저 대회를 처음 제패했고, 2021년 한화 클래식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이 세 번째 메이저 우승이다.

이다연은 오는 9월 KB금융 스타챔피언십 혹은 10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까지 정상에 오르면, KLPGA 투어 사상 최초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란 5개 메이저 대회 중 네 개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것을 뜻한다.

두 번 넘어져도 세 번 일어나는 ‘오뚝이’

이다연은 유독 많이 다쳤다. 가까스로 시드를 확보한 2017년 시즌을 앞두고 왼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시즌은 4월에 시작했지만 이다연은 6월이 돼서야 필드에 복귀했다. 경기력이 정상일 리 없었다. 두 개 대회에서 기권했고 네 개 대회 연속으로 컷 탈락 했다. 또 시드를 잃을 위기에 처했던 그는 상금 순위 78위로 출전한 10월 팬텀 클래식에서 깜짝 첫 우승을 차지하며 위기를 이겨냈다.

2년 전까지 메이저 2승 포함, 6승을 거두며 정상급 선수로 거듭난 이다연은 또 한 번 시련을 맞았다. 지난해 8월 말 왼쪽 손목과 팔꿈치를 동시에 수술했다. 왼쪽 팔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피로가 쌓여 인대가 파열된 탓이었다. 이다연은 하반기를 통으로 쉬며 재활에 매진했다.

이다연은 “수술을 받은 뒤 손 하나 까딱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관절 하나 꺾는 것부터 재활을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백·다운 스윙을 10%, 20%씩 단계별로 올려 갔다, 올해 2월 중순이 돼서야 풀스윙을 할 수 있었다. 지난 4월, 9개월 만에 투어에 복귀했고 복귀 후 네 개 대회 만에 정상에 올랐다.

이다연(왼쪽)이 우승 후 김아림에게 격한 축하를 받고 있다.(사진=KLPGA 제공)
이다연은 “가장 힘들었던 건 통증이다. 수술 전에도, 재활하면서도 너무 아팠다”며 “오늘 우승한 뒤 재활하던 때가 생각나 눈물이 조금 났다”고 말했다. 더불어 “지금은 통증이 많이 줄어들었고 경기에 크게 지장도 없다. 몸은 앞으로 더욱더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장한 건 분명하다. 계속해 나아가려는 태도 덕분에 어려움이 많았어도 이겨낼 수 있었다”면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가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루키’ 방신실, 우승 놓쳤어도 300야드 장타 눈도장 ‘쾅’

신예 방신실(19)과 공동 선두로 3라운드를 출발한 이다연. 팽팽하던 승부가 갈린 건 후반 15번홀부터다. 공동 선두였던 이다연은 15~17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고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다연이 4m 버디를 잡은 15번홀(파5)에서 방신실은 스리 퍼트 보기를 범해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이다연은 멈추지 않고 16번홀(파4)에서 4.3m 버디를 낚아 우승에 쐐기를 박았고, 17번홀(파3)에서는 7.8m 짜리 버디를 잡아 우승을 자축했다. 공동 2위 그룹과 타수 차는 어느새 4타 차로 벌어졌다.

방신실은 2020년부터 3년 동안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주장이자 에이스였다. 지난해 11월 시드 순위전을 치렀지만 40위에 그쳤다. 출전 순번이 돌아오지 않아 드림투어(2부)에서 활동했다. 그러다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수가 120명에서 132명으로 늘어나면서 행운을 잡을 수 있었다.

방신실은 173cm 큰 키에 다부진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 그리고 공격적인 플레이가 장기다. 이번 대회에서 방신실의 매력이 여지없이 나왔다. 최종 라운드 13번홀(파4)에선 드라이버 티샷을 320야드나 보냈다.

14번홀까지 이다연과 우승 경쟁을 펼치던 방신실은 15, 16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며 흔들렸다. 경기 막판까지 집중력을 이어가지 못한 방신실은 생애 첫 우승 기회를 놓쳤다. 1타를 잃어 공동 4위(9언더파 279타)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나흘 동안의 경기력은 대회장에 방문한 갤러리, 중계를 지켜본 골프 팬들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방신실의 어프로치 샷(사진=KLPGA 제공)

주미희 (joom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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