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다시 등장한 86그룹 용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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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29일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는 1980년대 운동권 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17대 총선 당선자의 만찬에서 386 출신 당선자 30여명이 "산 자여 따르라"로 끝나는 이 노래를 선창하자 노 전 대통령 등 다른 참석자들도 모두 따라 부른 것.
새정치민주연합이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치러진 4월 재보선에서 참패하자 당시 33세인 이동학 청년 혁신위원 등이 '86그룹 용퇴론'을 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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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29일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는 1980년대 운동권 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17대 총선 당선자의 만찬에서 386 출신 당선자 30여명이 “산 자여 따르라”로 끝나는 이 노래를 선창하자 노 전 대통령 등 다른 참석자들도 모두 따라 부른 것. 86그룹 정치인들이 한국 정치의 중심부에 진입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86그룹은 1960년대생으로 1980년대 대학을 다니며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정치인을 통칭한다. 이들은 김대중정부가 ‘젊은 피 수혈’에 공을 들인 2000년 16대 총선을 통해 정계 입문에 성공했고, 2004년 탄핵 역풍을 타고 대거 국회에 입성해 정치권 신주류로 부상했다. 당시 386으로 불리던 이들은 기득권에 찌든 정치를 일소하리라는 기대를 품게 했다. 그러나 고인 물은 썩고, 권력은 부패하는 법. 86그룹은 20여년의 세월이 흐르며 “권력이란 괴물과 싸우다 또 다른 권력이 됐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또 기대에 걸맞은 역량과 도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무능과 내로남불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래서 민주당에서는 큰 위기가 찾아오거나 선거 때가 되면 86그룹 용퇴론이 단골 메뉴처럼 등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치러진 4월 재보선에서 참패하자 당시 33세인 이동학 청년 혁신위원 등이 ‘86그룹 용퇴론’을 들고 나왔다. 2022년 1월 말 대선을 앞두고도 민주당의 패색이 짙어지자 1996년생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86그룹 용퇴를 주장했다. 그러나 고비만 넘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싹 들어가 버리는 패턴이 되풀이됐다.
연세대 첫 직선 학생회장을 지낸 86그룹 맏형 송영길 전 대표가 ‘돈봉투 사건’ 의혹의 중심에 서면서 다시 86그룹 용퇴론이 나온다. 86그룹이 이번에는 진정성 있는 쇄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지난해 86그룹 정치인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한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새로운 세대가 정치에 도전해야 한다”고 했고,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새 시대에는 새 소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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