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내 전세보증금 돌리도”… 우후죽순 일어나는 ‘재난급’ 전세사기
자산규모에 맞지 않는 부동산 투자로 발생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여러분은 사기를 당한 적 있으신가요? 라노는 딱 한번 사기를 당한 적 있는데요. 중고거래를 하다가 사기를 당했어요.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분해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예요. 사기당한 돈은 돌려받지도 못했고, 사기꾼이 해외로 도주하는 바람에 잡지도 못했거든요. 이미 3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라노는 잊지 못해요. 내 돈을 사기꾼에게 뺏겼다는 분함, 사기를 당했다는 당황스러움, 사기당한 돈에 대한 미련이 합쳐져서 아주 복잡한 심경이었죠. 하지만 라노가 워낙 낙천적인 성격이기도 하고요. 사기꾼이 나쁜 놈이어서 당한 거지, 라노가 잘못해서 당한 건 아니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달랬어요. 어쩌겠어요? 이미 벌어진 일인데요. 하지만 금액이 훨씬 컸다면 라노도 회복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큰 금액의 사기는 피해자를 회복 불능의 상태로 빠지게 만듭니다. 최근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는 전세사기가 사회적인 문제가 된 이유 중 하나죠. 부산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부산시가 지난 3일부터 운영 중인 전세피해지원센터에는 20일 기준 전화상담 573건, 내방상담 101건이 접수됐습니다. 피해 대상의 70% 이상이 20, 30대의 청년층이었죠. 피해 주택 유형은 오피스텔과 원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원룸 오피스텔 빌라에 집중
전국에서 터진 대규모 전세사기의 피해는 원룸 오피스텔 빌라에 집중됐습니다. 이는 각 주택의 가격이 아파트에 비해 높지 않은 데다, 아파트에 비해 정확한 시세 파악이 어렵기 때문으로 나타났습니다. 라노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원룸 오피스텔 빌라의 경우, 공시지가 1억 원 이하가 많습니다. 공시지가 1억 원 이하인 주택은 취득세 적용이 되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주택을 많이 매수해도 취득세에 대한 어려움이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원룸 오피스텔 빌라는 적절한 매매가나 임대가를 책정하기 어렵습니다. 아파트는 옆집이 5억 원이면 내 집도 5억 원일 확률이 크지만, 원룸 오피스텔 빌라는 옆집이 2억 원이라고 해서 내 집도 2억 원이지는 않습니다. 정확한 시세 파악이 힘들죠. 그렇다 보니 매수한 가격으로 전셋값을 내놓습니다. 예를 들어 1억 원에 원룸을 매매해 1억 원 그대로 전세 보증금을 거는 것입니다. 초기 자본이 거의 없어도 각 주택을 매수할 수 있다 보니 개인이 수백, 수천 채를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전세 보증금이 저렴한 편인 원룸 오피스텔 빌라에는 20, 30대가 주로 거주합니다. 그래서 이번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자가 대부분 청년층이었죠.
개인이 수백, 수천 채의 집을 구매하는데 정부가 왜 규제를 하지 않았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이는 정부가 전세사기 행위를 손놓고 지켜봤다기보다는 사적인 매매 행위를 정부가 막을 수 있는 특별한 방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부산 연제구 랜드고 부동산 중개법인 이승헌 대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과도한 주택 매매를 막는 일이 아닌, 각종 제도적 장치나 시스템으로 주택 매매가격과 임대시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세사기의 원인
전세사기의 원인으로 많은 이유가 거론되고 있죠. ‘빌라왕의 사기 행위 때문이다’ ‘2년 전 갭투자의 영향 때문이다’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정보를 확실히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등 정말 많은 원인이 언급됐습니다. 라노는 그것보다 조금 더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봤어요.
첫 번째 원인으로 갑작스러운 세금 폭탄을 꼽을 수 있습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과도하게 매기면서 주택을 신축하고 매매하는 건축업자나 매매업자가 세금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욕심을 부려서 과도하게 투자한 부동산에 대한 세금이 그 정도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수백, 수천 채의 주택을 보유한 임대인이라면 주택 매매가의 6%인 종부세가 모이고 모여 수십 억으로 불어났겠죠. 세금 폭탄을 맞은 임대인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을 가져다 세금 납부를 위해 쓰거나, 이조차도 감당할 수 없게 돼 결국 파산에 이른 것입니다.
두 번째는 2020년에 만들어진 임대차 3법입니다. 임대차 3법은 세입자가 1회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한 법입니다. 현행 2년에서 4년(2+2)으로 계약 연장을 보장받도록 했죠. 임대료 상승폭도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이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약 4년간 전세 보증금을 올리지 못하게 된 임대인들이 4년 치 보증금을 한꺼번에 올려 받으려고 했습니다. 전세 보증금이 오르자 자연스럽게 매매가도 오르게 됐죠. 그러면서 집값이 단기간에 과도하게 올랐습니다. 여러분도 2020년 당시 부동산 가격을 기억하실 겁니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르는 수준이었죠.
이로 인해 건축업자 사이에서 다세대주택 신축 붐이 불었습니다. ‘집값은 반드시 상승한다’는 광기로 인해 자산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빌라를 신축하고 매수했습니다. 하지만 영원히 상승세를 탈 것 같았던 집값이 곤두박질친 것은 한순간이었습니다. 과도하게 올랐던 집값의 거품이 꺼지며 급격한 하락기를 맞이한 것이죠. 임대인이 보증금을 상환할 수 없을 정도로요. 돈 욕심으로 자산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빌라를 신축 또는 매수함으로써 발생한 문제입니다. 여러 가지 원인의 여파가 지금의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를 만들었습니다. 과도한 욕심이 불러온 결과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만 피눈물을 흘리게 됐습니다.
대규모로 발생한 전세사기 사태에 정부는 서둘러 여러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최장 2년간 대출이자와 월세를 지원하고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등 피해 구제 방안을 제시했죠. 하지만 이 방안은 근본적인 원인 해결에는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이 대표는 “규제 철폐나 세금 완화 등으로 부동산 시장 환경을 바꾸는 것이 타당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섣부르게 전세사기에 관련된 법을 만들면 나중에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정책이나 법의 제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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