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가시 박혀도 울던 아이인데”…스쿨존 1.7t 실뭉치 참변 유족의 눈물

이혜진 기자 2023. 4. 30. 23: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이 기억하고 싶어서” 심경글 올려
28일 오전 8시22분쯤 부산 영도구 청학동 한 아파트 앞 경사로 위에서 하역 작업 중 떨어져 굴러 내려온 원통형 그물망 제조용 실뭉치에 깔려 초등학생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부산경찰청

“적은 용돈 모아 ‘엄마 아빠 생일 선물 사줄 거야’ 말하던 막내, 다음 달이 생일이라 미리 선물을 준비했는데 이젠 전해줄 수 없습니다.”

부산 영도구 청학동 스쿨존 사망 사고 희생자의 아빠라고 밝힌 네티즌이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그는 “사고 희생자 A양이라 불리는 우리 아이를 기억하고 싶어 이 글을 적는다”고 했다.

이날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산 영도구 청학동 A양 아빠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스쿨존 사고는 뉴스에 나오는 다른 사람의 일로만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우리 가족에게도 생길 수가 있구나 지금도 실감이 나지가 않는다”고 운을 뗐다.

글쓴이가 언급한 사고는 지난 28일 부산 청학동 한 아파트 부근 스쿨존에서 일어난 사고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지게차로 하역 작업 중이던 원통형 그물망 제조용 실뭉치가 경사길에 떨어져 굴려 내려오면서 초등학생 3명과 30대 여성 1명을 덮쳤다. 초등생 3명 중 A(10) 양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나머지 부상자 3명은 경상을 입었다.

글쓴이는 A양을 떠올리며 엄마를 정말 사랑하는 아이라고 했다. 그는 “엄마에게 카톡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 고백을 하던 아이다. 공부하다가 유튜브를 보다가도 엄마에게 와서 안아달라고 강아지처럼 기다렸다”며 “엄마가 아이 발바닥에 코가 찌그러지도록 냄새를 맡으며 아직도 강아지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참 행복했다”고 했다.

글쓴이는 만 8세밖에 되지 않은 아이의 의젓한 모습도 떠올렸다. 그는 “건조기에서 말린 수건을 가득 꺼내 놓으면 소파에 앉아 3단으로 예쁘게 개어 놓았다”며 “엄마에게 종일 쫑알쫑알 친구를 하며 엄마 귀를 쉬지 않게 해줬다. 그러면서도 밖에 나갈 때면 엄마 손이 아닌 아빠 손을 잡았다. 엄마를 언니에게 양보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글쓴이는 또 “자기 전에는 저에게 하트 세 개를 보내며 사랑 고백을 여러 차례 했다”며 “아기 때부터 엄마와 함께 자다가 3학년이 되어 따로 자라고 하니 엄마 내복을 가져와 살냄새를 묻힌다며 엄마 팔에 막 비비더라. 제가 혹시 속상해할까 봐 저에게 와서도 비볐다. 그 내복을 인형에 싸서 혼자 안고 자던 아이”라고 회고했다.

부산 영도구 청학동 스쿨존 사망 사고의 희생자의 아빠라고 밝힌 네티즌이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글쓴이는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다른 사람 챙기는 걸 너무 좋아하는 아이는 사고 당일 모르는 작은 아이와 손을 잡고 등교하더라”며 “기사로 보니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학교 동생이라더라. 그 아이는 경상이라 다행”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아이는 심폐소생술이 소용없는 장기 파열로 사망했다”며 “손에 작은 가시가 박혀 있어도 울던 아이인데 그런 아이가 얼마나 아팠을까.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다.

글쓴이는 끝으로 “항상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걱정하고 본인의 몸이 좀 힘들어도 다른 사람이 기뻐한다면 자기희생을 하는 아이라 그게 본인을 힘들게 할까 늘 걱정했다”며 “내일이 사랑했던 우리 장모님 기일인데, 장모님과 하늘나라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다시 반복된 스쿨존 사망사고

경찰에 따르면 이 그물망 실뭉치는 사고 현장에서 경사길 위쪽으로 160여m 떨어진 어망제조공장 앞 도로서 컨테이너 차량으로부터 내리는 작업을 하던 중 지게차에서 떨어져 굴러 내려왔다. 지름은 약 1m가량 되고 무게는 1.7t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숨진 학생 등은 등교를 하면서 경사길 위서 아래 방향으로 걸어가는 중이어서 위쪽 뒤에서 굴러 내려오는 대형 원통형 그물망 뭉치를 보지 못해 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은 신호등과 보행자 보호 울타리, 차선, 횡단보도선 등이 노랗게 칠해지고 도로에 ‘어린이보호구역’ 이라 글귀가 적혀 있는 스쿨존이었다.

경찰은 해당 그물망 뭉치 작업자 등 현장 관계자와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또 사고 현장 주변 방범용카메라(CCTV) 영상 등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작업자 등이 안전조치를 제대로 했는 지, 작업일지나 화물적치 등에 문제가 없는 지 등 작업자와 관련 회사의 과실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