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한미 핵협의그룹, 나토보다 심도있는 핵 억제력 협의 가능"
"민간인 대규모 살상시…" 우크라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 열어둬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최근 한미정상회담의 성과 중 하나인 '핵협의그룹'(NCG) 창설과 관련해 "다수의 국가가 있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과의 협력보다 훨씬 더 심도있고 유연한 핵 억제력을 위한 협력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박 장관은 30일 저녁 연합뉴스TV '뉴스20'과의 인터뷰에서 "워싱턴 선언에서 나온 것은 우리가 유사시 핵 억지력을 사용해야 될 경우 미리 사전에 정보를 공유하고 협의를 하고 공동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을 문서로 메커니즘을 만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워싱턴 선언'을 채택, 발표했다. 확장억제 강화를 골자로 한 워싱턴 선언에는 △핵위협에 대한 한미 간 소통 및 정보공유 △한미 간 NCG 창설 △미 해군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를 포함한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 증진 △유사시 미군의 핵작전에 우리 군의 재래식 무기 지원 관련 공동실행·기획 협력 등이 담겼다.
NCG는 차관보급 협의체로서, 한미 양국은 분기별 1회(연 4회) 회의 소집을 예정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 "동맹의 메커니즘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책임자들이 모여서 실질적인 협의를 하는 기구가 될 것"이라며 "기존에 있는 전략협의체, 안보협의체와 같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NCG의 실효성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발언권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만약에 핵을 사용하게 될 경우 한국과 즉각적으로 협의하고 공동대응을 하겠다는 것을 명확히 했기 때문에 NCG는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미국과의 핵공유에 이르지는 못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미국이 실질적으로 핵공유를 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며 "미국이 이제까지 핵 문제에 대해서 개별 국가와 별도의 문서를 만든 적이 없다. 워싱턴 선언은 획기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우리는 그동안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대한 준수를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며 "NPT 회원국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장관은 한미정상회담 전 불거진 미국의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현재 경위를 조사 중이라면서 "미국 사법당국의 사실 확인이 이뤄지면 거기에 대해서 한미가 긴밀하게 소통을 하면서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장관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다음 달 초 방한 가능성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일본의 성의있는 호응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물잔이 계속 채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일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가 복원되면서 기시다 총리의 방한 시점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본 언론은 기시다 총리가 다음 달 7일이나 8일 방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지난달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하면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본 정부는 아직 우리 정부가 요청한 '성의있는 호응' 조치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이에 기시다 총리가 방한할 경우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어떤 호응 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박 장관은 군벌 간 무력충돌이 발생한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우리 교민과 대사관 직원들이 무사히 탈출한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 과정 중 우리 군이 일본인들을 함께 대피시킨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에서는 상당히 감사하게 생각을 하고 하야시 외무 대신도 한국의 협조와 지원에 감사하다는 정중한 서신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한미정상회담 기간 중국이 윤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 것과 관련 "대만해협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역으로 대통령께서 일반론적인 입장을 말씀하신 것"이라며 "중국이 도를 넘는 외교적 결례를 했다고 보고 있다.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서로 국제 예양(禮讓)을 지키면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갈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중국을 존중하고 있고 대한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기를 바라기 떄문에 그런 면에서 한국과 미국이 (정상회담에서) 같은 공동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하는 점을 이번에 밝힌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미 정상은 워싱턴 선언에서 “양 정상은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지역의 군사화 및 강압적 행위를 포함하여 인도·태평양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司) 사장(아시아 담당 국장)은 강상욱 주중 대사관 정무공사를 초치해 강하게 항의했다.
박 장관은 우리 정부의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과 관련해 "전황이 어떻게 변할지 예의주시하면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계속 검토해나갈 것"이라며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살상이 이뤄진다든지 또는 심각한 전쟁범죄가 나온다든지 할 경우에는 국제법과 국제 규범에 따라서 국제사회와 같이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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