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판결에 ‘만세’ 외친 박열의 동반자, 가네코 후미코 ‘5월의 독립운동가’ 선정
‘5월의 전쟁영웅’에는 카폰 신부
국가보훈처는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일본인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선생(왼쪽 사진)과 후세 다쓰지(布施辰治) 선생(오른쪽)을 ‘2023년 5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가네코 후미코 선생은 연인인 박열 선생과 함께 항일운동을 펼쳤다. 일제는 1923년 관동대지진이 발생한 뒤 두 사람을 임시로 연행해 수감했다. 조사 과정에서 박열 선생의 폭탄 구입 계획이 드러나자 일본 검찰은 이들을 반역 혐의로 기소했다.
가네코 후미코 선생은 목숨을 구걸하기보다 일제 만행을 고발하는 길을 택했다. 1926년 2월26일 도쿄 대심원 법정 공판에서 한복 치마저고리를 입고 이름을 ‘박문자’라고 밝힌 선생은 사형 선고를 요구했고 사형 판결이 내려지자 “만세”를 외쳤다.
일본 검찰은 열흘 만에 무기징역으로 감형하는 사면을 재판부에 신청했다. 선생은 사면장을 받아들고는 형무소장 앞에서 찢어버렸다. 옥중에서 박열 선생과 결혼했고 1926년 투옥 중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선생의 유해를 훗날 박열 선생의 고향인 경북 문경으로 운구한 사람은 가네코 후미코 선생 부부의 변호를 맡은 인권변호사 후세 다쓰지 선생이다.
제국주의를 비판하며 한·일 합병을 일본의 침략으로 규정한 선생은 관동대지진 대학살의 책임이 일본 정부에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려다가 일본 정부에 저지당했다. 이후 다수의 독립운동가를 변호했다.
법정 모독을 이유로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지만 일제가 패망한 뒤에도 재일조선인 권리 보호 투쟁에 매진하다가 1953년 서거했다.
정부는 2018년 가네코 후미코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후세 다쓰지 선생에게는 2004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보훈처는 ‘5월의 6·25전쟁 영웅’으로 에밀 조세프 카폰 미국 군종 신부를 선정했다. 1950년 7월 군종 신부로 파병된 카폰 신부는 같은 해 11월 부상자들을 수습하다가 중공군에 포로로 잡혀 평안북도 벽동 포로수용소에 수감됐다.
포로수용소에서도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부상자들을 간호한 카폰 신부는 야간에는 목숨을 걸고 수용소를 돌아다니며 음식을 찾아 나눴다. 오랜 수감 생활과 부상, 추위 등으로 인해 1951년 5월23일 수용소에서 생을 달리했다.
미국 정부는 2013년 카폰 신부에게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한국 정부는 2021년 역시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추서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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