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상처 치유하는 과정, 韓 관객 마음 움직인 듯”

이복진 2023. 4. 3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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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 신카이 마코토 흥행 감사 내한
‘재난 3부작’ 애니메이션 완결판
지난 3월 개봉… 관객 500만 돌파
“봉준호 작품 비하면 부족한 퀄리티
메시지 잘 받아준 한국 관객 다정해
국적 초월해 콘텐츠 질 자체를 즐겨
한국·일본간 문화적 장벽 완화 체감
차기작은 재해 아닌 다른 테마 도전”

“300만 관객이 넘으면 한국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순식간에 400만명을 넘어서고 지금 500만명이라고 들었습니다. 반은 신기한 마음이고 반은 감격하고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한국을 다시 찾았다.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신화를 써 내려 가는 신카이 감독은 영화 개봉 당시 내한해 “관객 300만명을 돌파하면 한국을 다시 찾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3월8일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개봉 13일 만에 200만명, 20일 만에 300만명, 한 달 만에 400만명을 넘겼다. 지난 28일에는 500만명을 돌파했다.
두 번째 내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애니메이션 인기 비결에 대해 “재해를 당하고 상처를 입은 한 소녀가 마음을 회복해 간다는 이야기가 한국 젊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캐슬 제공
작품은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2016)과 ‘날씨의 아이’(2019)에 이은 ‘재난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신카이 감독은 “봉준호 감독에 비하면 내 작품은 매우 불안정하다. 등장인물도 불안정하다. 애니메이션 퀄리티도 많이 부족하다”며 “이런 작품을 보고 메시지를 얻고 마음으로 받아주는 것을 볼 때 한국 관객들은 다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큰 인기를 얻은 이유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한국에서 대히트하는 등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은 분이 재미있게 봐주고 있는 가운데, 그다음 개봉한 것이 ‘스즈메의 문단속’”이라고 밝히면서도 “이 작품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한 가지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재해를 당하고 상처를 입은 한 소녀가 회복해 간다는 이야기가 한국 젊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기는 하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스즈메의 문단속’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치유와 재생의 메시지를 전해 호평받았다. 동일본 대지진을 직접적으로 그려냈지만, 감독은 “애니메이션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며 “어떤 재해가 일어나고 4∼5년밖에 안 지났으면 그 피해가 너무 생생해서 무언가로 만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이야기 전개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만들 때 옛날이야기나 신화 같은 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간은 아주 예전부터 일어났던 어떤 일에 대해 그림을 그리거나 이야기를 만들어서 다음 세대에게 전달했습니다. 애니메이션도 이야기를 하기 위한 미디어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일어난 큰 재해를 이야기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더불어 신카이 감독은 “쓰나미가 덮치는 순간이나 지진이 일어나는 모습 같은 직접적인 묘사는 하지 않았다”라며 “살아 있는 사람과 세상을 떠난 사람이 재회하는 이야기도 하지 않기로 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는 흔히 만들어낼 수 있는 장면이지만, 현실 속에서 불가능한 일을 그리고 싶지 않았다”고 표현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했다고 했다.
애니메이션 외적으로도 신경을 썼다. “일본 극장에선 상영 전 주의 사항을 내보냈어요. 지진 경보가 나오고 지진이 발생하는 얘기가 담겼다고요. 지진에 트라우마가 있는 분들이 아무 정보 없이 봤다가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주의를 주는 그런 작업을 했습니다.”

신카이 감독은 한국과 일본과 문화적 교류도 언급했다. 감독은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온 지난 20년간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좋았던 적도 있지만, 그렇지 않았던 적도 있다”며 “그런 점과 상관없이 한국 관객들과 꾸준히 커뮤니케이션해 온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성과가 ‘예스 재팬(Yes Japan)’의 흐름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신카이 감독은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국가 간 문화 콘텐츠를 접하는 경계가 무너졌다. 한국 관객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듯이 일본 사람들도 K드라마와 K팝을 즐기고 있다”며 “꼭 ‘일본의 것’, ‘한국의 것’이어서가 아니다. 국적을 초월해 콘텐츠의 질 자체를 즐기는 방향으로 문화적 장벽이 줄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번 애니메이션을 끝으로 재난·재해 시리즈가 마무리됐다. 그는 “다음 작품도 재해를 소재로 하면 관객들이 질릴 것 같아 다른 테마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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