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상처 치유하는 과정, 韓 관객 마음 움직인 듯”
‘재난 3부작’ 애니메이션 완결판
지난 3월 개봉… 관객 500만 돌파
“봉준호 작품 비하면 부족한 퀄리티
메시지 잘 받아준 한국 관객 다정해
국적 초월해 콘텐츠 질 자체를 즐겨
한국·일본간 문화적 장벽 완화 체감
차기작은 재해 아닌 다른 테마 도전”
“300만 관객이 넘으면 한국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순식간에 400만명을 넘어서고 지금 500만명이라고 들었습니다. 반은 신기한 마음이고 반은 감격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큰 인기를 얻은 이유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한국에서 대히트하는 등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은 분이 재미있게 봐주고 있는 가운데, 그다음 개봉한 것이 ‘스즈메의 문단속’”이라고 밝히면서도 “이 작품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한 가지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재해를 당하고 상처를 입은 한 소녀가 회복해 간다는 이야기가 한국 젊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기는 하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스즈메의 문단속’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치유와 재생의 메시지를 전해 호평받았다. 동일본 대지진을 직접적으로 그려냈지만, 감독은 “애니메이션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며 “어떤 재해가 일어나고 4∼5년밖에 안 지났으면 그 피해가 너무 생생해서 무언가로 만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이야기 전개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만들 때 옛날이야기나 신화 같은 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간은 아주 예전부터 일어났던 어떤 일에 대해 그림을 그리거나 이야기를 만들어서 다음 세대에게 전달했습니다. 애니메이션도 이야기를 하기 위한 미디어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일어난 큰 재해를 이야기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신카이 감독은 한국과 일본과 문화적 교류도 언급했다. 감독은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온 지난 20년간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좋았던 적도 있지만, 그렇지 않았던 적도 있다”며 “그런 점과 상관없이 한국 관객들과 꾸준히 커뮤니케이션해 온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성과가 ‘예스 재팬(Yes Japan)’의 흐름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신카이 감독은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국가 간 문화 콘텐츠를 접하는 경계가 무너졌다. 한국 관객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듯이 일본 사람들도 K드라마와 K팝을 즐기고 있다”며 “꼭 ‘일본의 것’, ‘한국의 것’이어서가 아니다. 국적을 초월해 콘텐츠의 질 자체를 즐기는 방향으로 문화적 장벽이 줄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번 애니메이션을 끝으로 재난·재해 시리즈가 마무리됐다. 그는 “다음 작품도 재해를 소재로 하면 관객들이 질릴 것 같아 다른 테마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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