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 뚜렷한 청소로봇, 홈 파인 카드…‘배려’에 반했어
마스터카드, 촉각만으로 구분 가능한 카드 만들어 시각장애인에 도움
카카오 ‘휠체어 이동 지도’ 추진…기업들, 사회적 약자 위한 기술 개발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고령자, 저시력자, 노안 환자 등 시력 약자를 위한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제트 봇 인공지능(AI)’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했다. 패턴 디자인 브랜드 ‘드롭드롭드롭’과 협업한 이 제품은 시각적 접근성을 높인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로봇청소기 상판에 그린 이미지 간 명암 대비를 확연하게 해서 바닥 위를 다니는 청소기를 누구나 명확히 인식할 수 있게 했다. 국내 시각장애인의 90%가 희미하게나마 사물을 볼 수 있는 시력 약자라는 점에 착안해 만든 제품이다.
제일기획과 함께 만든 영상에 등장하는 제품 소개 문구도 시력 약자가 알기 쉽게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개발한 ‘온고딕체’를 사용하고 일반 광고 영상보다 3배 큰 자막을 적용했다. 이 광고의 조회수는 유튜브에 올라온 지 열하루 만인 30일에 439만회를 넘어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에게 가장 접근성이 취약한 가전제품이 청소기라는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를 참고해 이번 제품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사회적 약자의 이용 편의를 세심하게 고려한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과거에는 장애인 단체를 상대로 한 기부나 봉사활동 같은 간접적인 재정 지원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약자를 위한 제품 개발부터 홍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힘을 쏟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지난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터치 카드’를 선보였다. 이 카드는 촉각만으로 어떤 카드인지 구분할 수 있게 측면에 각기 다른 모양의 홈을 팠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에는 둥근 홈, 직불카드에는 네모난 홈, 선불카드에는 삼각형 홈을 적용하는 식이다. 시각장애인은 지갑에서 필요한 카드를 고르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만든 포용적인 디자인이다.
카카오는 이동 약자를 위한 ‘모두가이동할지도’ 제작 캠페인을 시작했다.
주변에서 휠체어로 이동 가능한 식당, 카페, 편의점, 화장실 등을 확인한 뒤 경사로 구비 여부 등을 카메라로 찍어 인증샷을 업로드하면 카카오맵에 해당 정보가 표기된다.
최근 삼성전자와 제일기획은 공동으로 특정 소리에 공포를 느끼는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나 청력 과민증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언피어(Unfear)’를 개발했다. 지난 3월27일부터 4월2일까지 열린 ‘세계 자폐스펙트럼장애 포용 주간’ 스페인 현지에서 공개된 이 앱은 무선이어폰 ‘갤럭시버즈’와 연동돼 특정 소리를 선택적으로 차단한다.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는 사이렌이나 개 짖는 소리, 지하철 소음 같은 특정 소리에 공포심을 느끼며 과민 반응한다. 언피어는 통상적인 ‘노이즈 캔슬링(소음 차단)’ 기술처럼 주변 모든 소리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특정 소음만 개인 상황에 맞게 차단한다.
임천학 제일기획 프로는 “사회적 약자와 연계된 마케팅 활동을 이들에 대한 ‘특별한 시각’이 아닌 ‘보편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지속적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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