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단 만찬서 기분 좋은 바이든… “1조원 날린 폭스, 공짜밥 먹으러 왔나”
“폭스뉴스 기자분들 많이 보이시네요. 지금 공짜 식사를 거절할 입장이 아니겠죠. 폭스뉴스는 이제 도미니언 소유죠?”
최근 재선 출마를 선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9일 저녁(현지 시각) 워싱턴DC 힐튼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기자단 연례 만찬에 참석해 최근 미 사회의 가장 큰 이슈인 폭스뉴스와 관련된 농담을 쏟아냈다. 극우 보수 성향으로 바이든과 각을 세워온 폭스뉴스는 2020년 대선 개표 결과가 조작됐다는 거짓 보도를 반복적으로 했다가 투·개표기 제조 업체 ‘도미니언’에 7억8000만달러(약 1조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물어주기로 지난달 18일 발표했다.
바이든은 폭스사(社) 회장인 루퍼트 머독에 대해 “여러분은 머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이 아니다. 나를 해리 스타일스(1994년생인 영국 가수·배우)처럼 보이게 만들어주는데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냐”라고 말했다. 아흔이 넘은 머독 회장이 자신보다 11살이 많다는 점을 비꼰 것이다.
CNN의 인기 앵커였다가 성차별적인 발언이 문제 돼 지난달 24일 물러난 돈 레몬에 대한 농담으로도 웃음을 끌어냈다. 그는 “나더러 늙었다고 한다면 나는 내가 현명하다고 하겠다. 여러분이 내가 한물갔다고 한다면, 돈 레몬은 ‘저 남자는 지금 전성기야’라고 할 것이다”라고 했다. 레몬은 “여자의 전성기는 20~30대, 잘해야 40대”라고 한 발언이 논란이 돼 해고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친(親)트럼프 성향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공화당 인사들도 농담 소재로 삼았다. 그는 “모두가 오늘 밤을 즐기기를 바라지만 안전에 유의하라”며 “만약 방향 감각을 잃거나 혼란스럽다면, 당신은 술에 취했든지 아니면 마저리 테일러 그린이다”라고 했다. 그린이 과거 ‘게슈타포’를 ‘가스파초(스페인 수프 이름)’라고 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발언을 해온 사실을 놀린 것이다.
그는 이어 “여러분은 내 지지율이 42%(로 낮다)라고 계속 보도하는데 이 점은 모르실 것 같다. (인기가 더 없는) 매카시가 나한테 전화해서 ‘조, 당신 비결이 뭐야?’라고 묻더라. 진짜다”라고 했다. “디샌티스에 관한 농담을 많이 준비했는데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한테 선수를 빼앗겼다”고도 했다. 디샌티스는 디즈니의 ‘PC(political correctness)주의’가 과도하다고 비난하며 각을 세워왔고 최근엔 둘 사이 갈등이 소송전까지 번지며 화제가 됐다.
바이든은 저널리즘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언급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간첩 혐의로 러시아에 구금 중인 월스트리트저널의 에반 게르시코비지 기자와 시리아에 11년째 구금된 미국인 프리랜서 기자 오스틴 타이스의 석방을 촉구하며 “자유 언론은 자유 사회의 기둥이다. 적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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