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 혐의' 넷플릭스, 尹 대통령 만나 웃었다?
대통령실, 4년간 25억 달러 '투자' 홍보…업계는 '갸우뚱'
"넷플릭스가 좋아서 하는 건데 왜 투자로 포장하는지 의문"
정청래 "우리나라가 넷플릭스 배 불려주는 호구인가"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기간이던 24일(현지 시간), 넷플릭스가 드라마와 영화 등 한국 콘텐츠에 4년간 2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조3000억 원 '투자'를 약속했다. 넷플릭스는 5건의 보도자료를 내며 '화답'했다. 그러나 정작 업계 반응은 '갸우뚱'이다. 오히려 넷플릭스가 득 본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동아일보 '딥다이브'와 인터뷰에서 “2021년 6000억원, 2022년에도 이미 8000억~9000억원을 (한국에 제작비로) 썼다. 이번에 발표한 3조3000억원을 4개년도로 쪼개보면 (2022년과 비교했을 때) 늘어난 게 없다”며 “결국 자기네 IP(지식재산권)에 투자하는 거다. 그걸 마치 대통령이 미국에 와서 해주는 것처럼 생색을 내는 것”이라고 했다.
지상파 고위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넷플릭스가 좋아서 하는 거다. 지금 넷플릭스를 지탱해주는 게 한국 콘텐츠”라며 “넷플릭스는 한국의 문화산업 진흥을 위해 한국에 온 게 아니다. 이걸 왜 투자로 포장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임기 끝날 때까지 4년간 3조3000억원? 공탁 개념도 아니고 넷플릭스의 노림수가 있다”며 “망 사용료 이슈에서 벗어나고 싶고, 방송통신발전기금도 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지상파 고위관계자도 “한국은 넷플릭스에서 영향력 2위다. 미국에 비해 훨씬 적은 제작비(3분의1 수준 추정)로 매력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곳인데,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종합편성채널 관계자는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열어줬다는 측면은 의미 있지만 엄청나게 호들갑 떨 성과로 보기도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정체된 가입자를 넓히려면 아시아 시장을 열어야 하고 한국 콘텐츠에 집중하는 건 당연한 전략”이라고 분석한 뒤 “그렇게 보면 어마어마한 선물을 준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프랑스처럼 3년 뒤 넷플릭스가 독점 IP를 반환하게 하지 않으면 한국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넷플릭스 이후 배우·작가 비용이 올라 국내 산업 규모로는 소화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왔다”며 “어쩔 수 없이 해외 OTT에 제작비를 의존하는 경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하청기지화'를 우려했다.
정청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넷플릭스는 작품 권리 100%를 소유하고 있다. 오징어게임의 경우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8억9110만 달러(약 1조원)의 수익을 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제작비로 253억 원을 들인 것에 비하면 40배가량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제작자들의 몫은 220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청래 위원장은 “지적재산권(IP) 없는 창작자는 추가 수익 창출의 희망을 가질 수 없는 하청기지로 전락할 뿐”이라며 윤 대통령을 향해 “투자액만 가지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 이 문제를 같이 짚었어야 한다”고 적었다.
넷플릭스의 국내 매출액은 2019년 1859억 원에서 2020년 4155억 원, 2021년 6317억 원, 2022년 7733억 원으로 매년 증가세다. 하지만 넷플릭스코리아가 낸 법인세는 2019년 5억 원, 2020년 22억 원, 2021년 31억 원, 2022년엔 33억 원에 그쳤다. KBS는 지난 29일 “국세청은 2021년 넷플릭스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조세회피 혐의로 800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고, 넷플릭스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넷플릭스의 매출 대비 적은 법인세 액수 탓에 조세회피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이버·카카오가 통신사에 망 사용료로 연간 1000억원 수준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넷플릭스는 이것도 안 내고 있다.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넷플릭스는 미국에서도 내는 망 사용료를 한국에는 내지 않고 있어서 한국 SK브로드밴드와 재판 중에 있는 외국 기업”이라고 한 뒤 “우리나라가 조세회피 창구, 넷플릭스 배 불려주는 호구인가”라고 적었다. 이어 넷플릭스를 향해 “한국에서 돈을 버는 만큼 제대로 세금을 납부하라”고 경고했으며, 윤 대통령을 향해선 “혹시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재판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한국 대통령과의 만남을 이용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았는가. 혹시 국세청에서 부과한 세금을 회피하려고 한국 대통령을 활용하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았는가”라고 물었다. 이번 만남의 '승자'가 누군지 따져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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