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 더 안 주면 바흐무트 철수” 자국 정부 협박한 러 와그너 수장
용병기업의 첫 ‘철수’ 언급에
러 일각선 “군사 반란” 비판
우크라는 ‘봄철 대반격’ 시동
크름반도 유류기지 드론 공격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PMC) 와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9일(현지시간) 포탄 고갈이 심각하다며 돌아오는 금요일까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동부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군수품 지급 문제로 러시아 국방부와 날을 세워온 그가 이번에는 전선 철수를 운운하며 사실상 자국 정부를 ‘협박’하고 나선 것이다. 프리고진의 연이은 ‘도발’에 러시아 일각에선 전선 철수는 “군사 반란”과 다름없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프리고진은 이날 러시아 군사 블로거와의 인터뷰에서 “매일 관에 넣어 고향으로 보내는 시신 수천구가 쌓여 있다”며 “부족한 탄약이 보충되지 않으면 비겁한 쥐처럼 도망치지 않기 위해 병력을 철수하거나 여기서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포탄 부족으로 인해 우리 측 인명 손실이 5배 정도 커졌다”며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에게 가능한 빨리 포탄을 공급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프리고진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군 수뇌부가 충분한 포탄을 지급하지 않고 와그너 용병들을 ‘총알받이’로 사용하고 있다며 맹비난했지만, 10개월 넘게 공을 들여온 바흐무트 철수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와그너 그룹은 바흐무트의 행정 중심지를 포함해 이곳을 사실상 ‘점령’했다고 주장해 왔다.
프리고진의 이 같은 ‘도발’을 두고 러시아군 사령관 출신인 이고르 거킨 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NR) 국방장관은 자신의 텔레그램에 “러시아군 지도부를 공개적으로 협박한 것”이라며 “최고 사령부의 동의 없이 전선에서 부대 철수를 언급하는 것은 군사적 반란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리고진은 자신의 군대가 철수하면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반격’을 앞두고 러시아에 재앙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전쟁으로 영향력을 키운 와그너 그룹의 ‘군사 반란’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쟁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러시아의 포탄 부족 징후는 여러 차례 감지된 바 있다.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를 이어가는 와중 북한의 무기 지원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날 일본 도쿄신문은 북한이 와그너 그룹에 조만간 포탄 1만발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반격’을 앞두고 러시아군의 군사 보급로를 끊는 우크라이나군의 공세가 시작되고 있다. 이날 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크림)반도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의 유류 저장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을 우크라이나군이 준비 중인 ‘봄철 대반격’의 서막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여름에도 러시아군의 공급망을 끊어내는 전술로 내륙의 주요 연료저장고와 탄약고를 포격, 러시아군의 전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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