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은 무겁게, 절차는 가볍게…찰스 3세가 쓸 ‘왕관의 무게’

이윤정 기자 2023. 4. 30. 21: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달 6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서 열리는 70년 만의 대관식
찰스 3세 대관식 때 사용할 의자와 운명의 돌 오는 6일(현지시간) 웨스터민스터 사원에서 열리는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대관식을 앞두고 근위병이 29일 대관식의 핵심 요소인 ‘운명의돌’을 지키고 있다. 무게 150㎏짜리 붉은 사암인 ‘운명의 돌’은 9세기 초부터 스코틀랜드 국왕의 대관식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1296년 에드워드 1세가 전리품으로 빼앗아왔다. ‘운명의 돌’이 들어가는 대관식 의자는 1399년 헨리 4세의 대관식 때부터 사용돼왔다. AP연합뉴스
참석자 등 여왕 때의 4분의 1로…여성·흑인 등 참여 늘어
국민 64% ‘관심 없다’…1685억 세금 사용에 비판 여론도

오는 6일 열리는 영국 찰스 3세 국왕 대관식은 1000년 영국 왕실 전통은 유지하되 70년 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에 비해 간소화된다. 다만 1억파운드(1685억원)에 달하는 대관식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만큼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간) BBC, 가디언 등 현지 매체는 대관식의 주요 행사를 소개했다. 찰스 3세는 6일 오전 11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개최되는 대관식에서 왕관을 쓰고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가 됐음을 선포한다.

대관식은 찰스 3세 국왕 부부가 탄 마차가 버킹엄궁에서 출발하는 ‘왕의 행렬’로 시작한다. 1953년 6월2일 치러진 엘리자베스 여왕 대관식은 대영제국의 영화가 사그라드는 시기 영국인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주기 위해 성대하게 치러졌다. 국내외에서 8000여명이 초청됐고, 왕의 행렬에 군인 3만명이 참가했다.

하지만 이번 대관식에는 물가 급등 등 어려워진 경제 사정 때문에 대관식에 초청된 참석자는 2000명으로 줄어들었다. 엘리자베스 여왕 대관식 행렬은 2시간이 소요됐지만, 찰스 3세의 행렬 시간은 30분으로 축소됐고 참가 군인도 4000여명으로 줄었다.

대관식 첫 순서는 영국 국교회 최고위 성직자인 캔터베리 대주교가 국왕을 소개하며 승인(Recognition)을 요청하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신이여 국왕을 보호하소서’를 외치며 답한다.

다음은 전통에 따라 서약(Oath), 성유 바르기(Anointing), 왕관 쓰기, 오마주(Homage·경의 표시) 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군주로서 신에게 약속하는 ‘서약’을 하고 나면 대주교가 대관식 의자에 앉은 국왕의 머리, 손, 가슴에 성유를 바른다. 이어 대주교가 국왕 머리에 대관식 왕관(성 에드워드 왕관)을 씌워준다.

국왕은 왕좌로 자리를 옮기고 성직자, 왕족, 귀족 등이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한다. ‘서약’ 의식에서는 다문화 사회인 현대 영국의 모습을 반영, 영국 국교회뿐 아니라 여러 종교를 수호한다는 내용이 언급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또 대관식에 가장 먼저 입장하는 성직자 행렬에는 국교회 외에 무슬림, 힌두, 시크, 유대교에서도 동참한다.

대관식 물품을 옮기는 역할을 하는 이들의 구성도 달라진다. 70년 전에는 모두 백인이고 대부분 귀족 남성이었으나 찰스 3세 대관식에는 여성, 흑인, 사회에 기여한 이들의 이름이 많이 올랐다. 약 1시간에 걸친 대관식이 끝나면 국왕 부부는 ‘황금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돌아와 발코니에 나와 인사를 한다.

대관식을 두고 비판적인 여론도 있다. 최근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대관식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직 하원의원이자 왕실 재정 전문가인 노먼 베이커는 가디언에 “대관식 비용이 1억파운드(1685억원)에 달할 것”이라면서 “법적으로 불필요한 대관식을 치르는 데 왕실 재정이 아닌, 납세자들의 세금이 들어가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