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방석으로’ 플라스틱의 변신
2020년부터 낡은 밀폐용기 활용, 관광객 위한 ‘모작벤치’ 조성
3개월간 공식안내소 14곳서 수거…2개 코스에 8개 설치 예정
제주시 원도심에서 조천읍까지 연결되는 올레 18코스 중 일부인 별도봉(오름). 지난 27일 이 별도봉 올레길을 걷다 색다른 벤치 ‘모작벤치’를 만났다. 긴 직사각형 모양의 기존 벤치와는 달리 무릎 높이로 돌 위에 동그란 방석 모양의 플라스틱 상판이 얹혀있는 모습이다.
모작벤치는 제주의 돌을 받침대로 활용하고 그 위에 지름 50㎝ 원형 상판을 얹은 형태다. 내구성이 강한 데다 덥고 습한 제주의 기후를 반영해 원형에 구멍을 뚫어 열기 분출이 쉽게 되도록 했다. 모양만큼 이 벤치가 시선을 끄는 것은 여느 가정에서나 한두개 정도 굴러다닐 법한 낡고 오래된 다회용 플라스틱 밀폐용기로 제작한 자원순환 제품이라는 점이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주)락앤락, (재)아름다운가게는 2020년부터 다회용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수거해 공공시설물을 만드는 자원순환캠페인 ‘러브 포 플래닛(Love for planet)’을 진행 중이다.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폐플라스틱 밀폐용기를 기증받아 모작벤치로 제작하고 올레길에 설치해 도민과 관광객의 ‘쉼터’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사)제주올레 관계자는 “ ‘모작’은 매듭이라는 뜻을 지닌 제주어로 사물과 사람, 자연은 모두 연결됐다는 뜻을 담았다”면서 “제주도민과 여행객들에게 쉼터를 제공함과 동시에 자원순환의 의미를 실생활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말했다.
모작벤치 1개를 제작하는 데는 폐플라스틱 16㎏이 사용됐다. 제품으로 환산하면 10개 모작벤치를 만드는 데 폐플라스틱 밀폐용기(460㎖) 1450개 정도가 소요된다. 현재 제주 올레길에는 4코스와 7코스, 11코스, 14코스, 15-A코스, 18코스 등에 모두 33개 업사이클링 모작벤치가 설치돼있다.
버려지는 다회용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수거하고 벤치로 제작하는 러브 포 플래닛 캠페인은 올해도 이어진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지난 24일부터 오는 7월31일까지 제주올레 공식 안내소 14곳(제주공항 안내소 제외)에서 쓰고 버릴 예정인 다회용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수거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특히 올해는 브랜드에 상관없이 헌 다회용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가져오면 락앤락 유리 밀폐용기 새 재품으로 교환해 주고 있다.
제주올레 관계자는 “플라스틱 용기 1~2개 제출 시 400㎖ 용기 1개, 3~4개 제출 시 650㎖ 용기 1개, 5개 이상 제출자에게는 950㎖ 용기 1개를 제공할 예정”이라면서 “다만 배달음식 용기 등과 같이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질 목적으로 제작된 제품은 활용할 수 없어 수거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수거한 제품은 8개 모작벤치로 제작해 올레길 2개 코스에 설치하고 오는 9월6일 ‘자원순환의날’에 공개한다. 안은주 (사)제주올레 대표는 “제주올레 길을 걷는 여행객들이 자원순환 캠페인으로 탄생한 업사이클링 모작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며 환경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면서 “이 캠페인을 통해 지역민과 도보여행자들이 아름다운 제주 환경을 지키고 자원순환에 앞장서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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