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초 배지환' PIT 육상부 주연이다…"성공할 것 같다? 그럼 난 훔쳐요"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내가 봤을 때 (도루에) 성공할 것 같다? 그럼 난 (다음 베이스를) 훔쳐요."
엄청난 자신감은 빼어난 재능에서 나온다. 배지환(24)이 올해 피츠버가 파이어리츠 '육상부'의 주연이 되리라고 상상한 이들이 얼마나 될까. 데릭 쉘튼 피츠버그 감독은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꾸준히 배지환의 빠른 발을 잘 살려보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고, 시즌 초반 이 구상은 완벽히 통하고 있다. 피츠버그는 돌격대장 배지환을 중심으로 뛰는 야구를 앞세워 20승8패 승률 0.714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배지환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 주력을 자랑한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그의 스프린트 스피드는 시속 29.5마일로 메이저리그 상위 2% 안에 든다. 그리고 베이스와 베이스 사이 거리인 90피트(27.4m)를 단 3.76초 만에 주파한다.
배지환은 시즌 도루 10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4위에 올라 있다. 1위 로날드 아쿠냐(애틀랜타, 13도루)와는 3개 차이다. 피츠버그는 올 시즌 팀 도루 39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라 있는데, 배지환의 비중이 거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크다.
피츠버그 지역매체 '트립라이브'는 30일(한국시간) '배지환에게 도루 비결을 물으니 눈을 반짝이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이 피츠버그 신인은 출루할 때마다 그린 라이트를 받는다. 23살 한국인 대도는 베이스를 훔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주목했다.
배지환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내가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하면 베이스를 훔친다. 빅리그에서는 득점하기 위해 90피트를 추가로 더 가는 게 엄청 크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매체는 '베이스러닝에 있어서 배지환의 이런 공격적인 태도는 피츠버그가 도루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오르는 발판이 됐다. 이는 피츠버그가 내셔널리그에서 최다승을 챙긴 이유 가운데 하나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피츠버그 외야수 브라이언 레이놀즈는 "내 생각에는 배지환이 이렇게 뛰는 분위기를 이끈 것 같다. 배지환은 1루에 나가면 곧장 2루를 훔칠 것이고, 결국에는 3루 도루까지 시도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하려 하고 있다. 더그아웃에서 뛰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정말 재미있다. TV로 봐도 재미있다. 정말 역동적이고 운동 능력이 빼어난 팀"이라고 이야기했다.
매체는 '피츠버그는 올해 바뀐 메이저리그의 규정에 잘 적응했다고 볼 수도 있다. 올해 베이스가 조금 더 커지면서 베이스와 베이스 사이의 거리가 6인치 정도 짧아졌다. 게다가 1루 견제가 2번으로 제한되고, 피치 클락을 도입하면서 투수들이 타자와 싸움에 더 집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견제가 줄어들수록 주자가 더 뛰기 편한 건 당연하다.
태릭 브록 피츠버그 1루 주루코치는 "우리 경기 계획은 항상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서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것이다. 폭투가 나오든, 도루가 나오든, 뜬공에 태그업을 하든 말이다. 우리 선수들이 똑똑하고, 운동 능력을 갖추면서 터프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돌격대장인 배지환은 브록 코치와 매일같이 함께 앉아 상대 선발투수의 영상을 보면서 버릇을 파악한다. 브록 코치는 "배지환은 내가 보는 것은 다 알고 있다. 그 순간에는 그가 발견한 모든 것을 나도 알고 싶다. 내가 배지환에게 '이게 우리가 찾던 거야'라고 말하면, 그가 그 장면을 보고 확인한다. 그리고 나선 달린다"고 설명했다.
배지환이 출루하면 덕분에 타석에 선 타자들의 수 싸움이 편해진다. 레이놀즈는 "배지환처럼 어떤 포인트에 도루할 수 있는 선수가 출루해 있으면, 투수는 슬라이더나 커브와 같은 폭투가 나올 수 있는 공을 던지기 꺼려진다. 그러면 투수들은 직구를 더 많이 던지게 되는데, 모든 타자들은 직구를 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득이 된다. 우리 라인업이 배지환처럼 투수를 괴롭힐 수 있는 선수들로 가득 차 있으면 당연히 공격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배지환의 발이 피츠버그 선수단 전체에 미친 영향력은 매우 컸다. 피츠버그에서 올해 1번 이상 도루에 성공한 선수는 모두 14명에 이른다. 올해 37살 노장인 1루수 카를로스 산타나마저도 2차례 도루에 성공했다. 올 시즌 초반 피츠버그의 선두 질주 비결로 꾸준히 배지환이 언급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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