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차·전차 1800대 준비... ‘우크라판 인천상륙작전’ 초읽기
“봄철 대반격을 위한 준비가 이미 최종 단계에 있다. 신의 뜻과 좋은 날씨가 있고, 사령관의 결정이 내려지면 이를 개시할 것이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군의 군사 작전을 총괄하는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지난 28일(현지 시각)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가 언급한 ‘사령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앞서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1년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1950년 6·25 전쟁을 일으킨 북한은 순식간에 한국 영토의 90% 가까이를 점령하며 적화통일을 목전에 뒀지만, 더글러스 맥아더 총사령관이 이끈 유엔군은 9월 인천상륙작전의 대성공으로 불리했던 전세를 일거에 뒤집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이 교착 국면에 빠져 장기화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포착되면서 ‘우크라이나판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할지 국제사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 외신과 군사 전문가들은 대반격이 이르면 이달 중 전개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대반격을 통해 침공으로 점령당한 동부 지역뿐 아니라, 2014년 강제 병합당한 크림반도까지 탈환해 1991년 소련 붕괴 후 독립하던 당시의 영토를 100% 온전히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러시아에 압도적 승리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대반격 시점을 봄철로 잡은 것은 혹한이 끝난다는 점과 더불어 ‘진흙철’이라 불리는 4월 특유의 기후도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녹고 봄비가 자주 내리면서 국토 곳곳이 진흙탕이 돼 장갑차나 전차를 운용하기가 어려운데, 4월 중순부터 진흙철이 끝나가 기동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간접 지원하는 서방국가도 대반격 지원 체제에 돌입하는 양상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27일 “회원국들이 장갑차 1550대, 전차 230대 외에 엄청난 양의 탄약을 보내왔다”며 “이 지원 군수물자의 98%가 이미 우크라이나에 전달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카볼리 미 유럽사령관은 26일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필요한 모든 물자를 갖췄다”며 상시 지원 방침을 밝혔다.
대반격의 핵심 전력은 ‘기갑’이다. 우크라이나 정예 병력 4000명을 중심으로 12개 여단이 편성됐는데, 그중 9개가 기갑여단이다. 지원된 전차 중 가장 많은 독일제 레오파르트2 전차는 최대속도가 시속 70㎞에 달하며 열영상장비 등 첨단 장비를 갖췄다. 미국의 주력 전차 에이브럼스 M1A1 31대도 기능 개선 작업을 마치고 이달 중 독일 그라펜뵈르 미군 기지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에 인도된다. 야간 작전 수행 능력이나 방어 능력 면에서 러시아군 주력 전차보다 우월하다고 미 군사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군 250명은 독일에서 에이브럼스 전차 조종 교육을 받는다. 프랑스의 최신식 장갑차 AMX-10RC와 영국의 주력 전차 챌린저2도 이미 우크라이나에 들어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대반격은 크림반도와 가까운 남부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크림반도와 가까운 아조우해 해안지역을 포함한 남부에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도 23일 발간한 전황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헤르손주를 흐르는 드니프로 강 동쪽 도시인 올레시키 인근에 진지를 구축하고 반격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맞서 러시아가 방어태세 구축에 나선 정황도 뚜렷해지고 있다. CNN은 26일 “크림반도 북부 메드베데우카 러시아군 기지에 최근까지 배치돼있던 전차·장갑차·야포 등이 사라졌다”며 “우크라이나 대반격에 대비한 방어 차원에서 무기를 철수시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9일 우크라이나 점령지역에서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주민은 추방토록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점령지 내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추방·강제 이주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과 인천상륙작전은 전제주의 정권의 무력 침공에 맞선 미국 주도 자유 진영 다국적 연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73년 전 한국과 달리 외국의 직접 참전이 아닌 간접 무기 지원에 의존해야 하고, 기습적으로 전개돼 적의 허를 찌른 인천상륙작전과 달리 수차례 수뇌부의 공언이 이어져 러시아가 대비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특히 1000대의 전투기와 폭격기를 보유한 러시아에 한참 못 미치는 공중전력의 열세 극복도 관건이다. 이 때문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오히려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NYT는 “우크라이나가 결정적인 승기를 잡지 못할 경우 서방의 화력 지원이 약해지면서, 피점령지를 수복한다는 목표와 무관하게 정전·종전 협상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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