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 제보 전까지 ‘깜깜’·공조 부실…사태 키운 금융당국

유희곤·박채영 기자 2023. 4. 3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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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자료 공유 미루고 검찰·금감원 늑장대처 ‘도마’
금감원장과 금융위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가운데)이 지난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주단 협약식’이 끝난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부터 작전설…수사 미뤄지는 사이 대량 매도 발생
합동수사팀 ‘통정매매’ 규명에 초점…혐의 입증 만만찮을 듯
금융당국은 공매도 세력 연루 가능성·대주주 인지 여부 조사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를 두고 금융당국이 제보를 받기 전까지 이번 사태의 정황을 포착하지 못하고, 공조도 원활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돼 당국의 늑장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합동수사팀은 범행 수법으로 추정되는 ‘통정매매’가 어떤 방식으로 활용됐는지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매도 세력 연루 가능성, 대주주의 사전 인지 여부 등도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4월 초 제보 등으로 이번 사건의 징후를 처음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SG증권발 매물 폭탄에 최근 급락세를 탔던 8개 종목 중 상당수에 대해 시장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이미 ‘작전설’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음에도 당국은 문제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금융위가 제보를 접수한 후에도 자료 공유를 미뤄 검찰·금감원과의 공조체계를 적시에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통상 금융위는 중대한 사안의 경우 금융감독원과 공동 조사를 벌인 뒤 패스트트랙(신속 수사전환)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긴다. 그러나 금융위는 이번 제보 자료들을 쥐고 있다가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금감원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가 미뤄지는 사이 시세조종 세력은 금융위 조사가 시작된 것을 알고 지난주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할 시간을 벌었다. 문제가 된 8개 종목의 지난 28일 기준 시가총액은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 21일보다 7조8492억9000만원 급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 모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있는데 규모가 큰 사건은 금융위가 직접 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금융당국 간 묘한 긴장관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특사경은 지난해 3월 업무 체계를 개편하고 인원도 16명에서 31명으로 늘렸지만 자체적으로 범죄혐의를 인지한 사건은 “수사업무의 특수성, 국민 법 감정 등을 고려하여” 수사심의위원회 심의를 받아 금융위 소속 특사경만 수행하기로 했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28일 오전까지도 금융위가 먼저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를 수사하고 검찰은 패스트트랙 사건을 수사할 방침이었지만 결국 오후 늦게 합동수사팀을 만들기로 했다. 금융위 측은 “초기 인지 시점부터 금감원, 검찰과 함께 공조 수사를 해왔으며 최근 압수 수색과 출국 금지가 신속히 이뤄진 점이 이를 보여준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태가 본격적인 수사 국면에 진입하면서 검찰과 금융당국 합동수사팀은 범행 수법으로 추정되는 ‘통정매매’가 어떤 방식으로 활용됐는지를 밝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흔히 주가조작이라고 불리는 시세조종에서 가장 흔한 유형인 통정매매(matched orders)는 한 사람이 특정 종목을 매도 또는 매수할 때 다른 사람이 이를 매수 또는 매도하도록 사전에 모의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거래량이 주가에 선행한다고 보기 때문에 거래량이 많아 보이도록 위장거래를 한다.

이번 SG증권발 사태는 1000명 이상의 투자자를 모집해 3년 이상 장기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혐의 입증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가 된 다올투자증권, 삼천리 등 8종목은 대부분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유통주식 비율이 50%가 되지 않는다. 거래량 자체가 적은 종목들이어서 시세조종 세력들이 주가를 조금씩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세력 연루 가능성, 대주주의 사전 인지 여부 등을 전방위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주가 폭락 전 일부 종목들에 대한 공매도가 급증한 경위 등을 살펴보고 있다.

선광의 경우 평소 10주 미만이었던 공매도 물량이 폭락 직전인 지난 19일 4만주 이상 나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하한가의 시작점이 어디인지와 더불어 매도 과정에서 공매도 세력과 연계가 있었는지 등을 점검 중”이라고 말했다.

하한가를 맞은 8개 종목 대주주 등이 주가조작 여부 등을 사전 인지하고 있었는지도 밝혀야 할 부분이다. 당장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김영민 서울가스 회장이 폭락사태 직전 보유 주식을 처분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유희곤·박채영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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