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야당 지도부 한 번도 안 만난 윤 대통령, ‘한·미 정상회담 뒤 여야 대표 회동’ 관행 따를까

조문희·문광호 기자 2023. 4. 30.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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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뒤 특별한 사정 없으면
만남 자리 만들어 성과 설명
야당 대표가 거부한 사례도

한·미 동맹을 안보와 경제의 기틀로 삼아온 한국에서 대통령이 미국을 찾아 한·미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미국에서 돌아와 여야 지도부를 상대로 회담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미국에서 돌아와 취임 후 처음 야당 지도부를 만나는 자리를 만들지 주목된다.

경향신문이 2000년대 들어 취임한 대통령들 사례를 집계한 결과 다수의 경우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여야 대표와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다자회담이나 유엔총회 목적으로 미국에 간 경우는 제외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총 3차례 방미 정상회담 중 2차례 여야 대표를 불러 회담 성과를 공유했다. 그중 2005년 6월 회담은 그해 2월 북한이 핵무기 보유 사실을 발표한 상황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천명한 의미가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 차례 미국에서 돌아와 모두 여야 대표와 만났다. 북한 유사시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는 확장억제를 명문화하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미국산 소고기 수입 등 양국 간 주요 이슈가 논의됐던 때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각각 2차례 중 1차례, 4차례 중 2차례 여야 대표들과 만났다.

역대 대통령들은 한·미 정상회담 후 만난 야당 대표들에게 정국에 관한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2015년 10월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불러 방미 성과를 설명한 후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왜 대통령께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매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을 들었다. 2021년 5월에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문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오찬 간담회를 열었고,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이 “애꿎은 국민이 투기꾼으로 몰리고 있다”고 부동산 정책 실패를 꼬집었다.

역대 대통령들이 미국에서 돌아온 후 여야 대표를 만나지 않았을 때는 대체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 박 대통령이 2013년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한 정상회담에서는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4일 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야당 대표가 만남을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 2009년 6월 이 대통령의 만남 요청에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노 전 대통령 검찰 수사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불참했다. 2017년 6월 문 대통령의 초청에는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참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현재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야당 지도부를 만난 적이 없다.

조문희·문광호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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