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올인’ 후폭풍이 몰려온다
북·중·러와 외교적 거리 더 멀어져
확장억제·IRA 등 협의 이행 관건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30일 귀국했다. 방미 전부터 윤석열 정부 외교의 ‘결정적 시간’으로 주목받은 5박7일 동안 ‘미국 올인’ 기조에 쐐기를 박았다. 뚜렷한 선택에 따른 시험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미·일 밀착이 북한과 중국·러시아의 밀착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면서 외교·안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중대 과제로 떠올랐다.
한·미 정상이 명문화한 확장억제 강화,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지원법 추가 협의 약속이 실효성 있게 지켜지는지도 평가 잣대다. 외교방향 논쟁과 함께 미국의 한국 국가안보실 도청 의혹에 침묵을 택한 것 등을 두고 불거진 국내 비판 여론도 윤 대통령이 맞닥뜨린 과제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전용기인 공군 1호기로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부터 5박7일간 한·미 정상회담과 미국 의회 연설을 비롯해 투자신고식 등 각종 ‘세일즈 외교’ 행사를 소화했다.
5박7일간 윤 대통령은 7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의 끈끈함을 강조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거듭 손을 맞잡았다. 12년 만의 한국 대통령 미국 국빈방문은 인상적인 장면들을 남겼다. 공동성명과 별개로 정상 간 확장억제 공약을 명문화한 ‘워싱턴 선언’이 도출됐고, 외국 대통령 처음으로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찾았다. 윤 대통령의 ‘아메리칸 파이’ 열창으로 이어진 국빈 만찬, 44분간의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영어 연설 등도 주목받았다.
내용 면에선 주요 관전 포인트로 여겨진 3가지 이슈에서 모두 의구심을 남겼다. 미국과 밀착하되 한국의 중·러 외교 공간을 확보해 오는지가 핵심 과제로 꼽혔지만 결과적으로 이 공간을 여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미국 초밀착’을 재확인하며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립하는 신냉전 구도에서 한국의 좌표는 더 뚜렷해졌다. 5월 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 등에서 이 같은 충돌 구도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분단과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한국 외교의 오랜 ‘딜레마’에 대한 접근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우려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중·러의 비판과 반발은 곧장 표면화했다. 이 같은 대립 구도가 고착화할 경우 한국의 중·러 외교공간이 사라지면서 결과적으로 한반도 긴장 고조를 불러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윤 대통령은 이번 방미에서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에 선을 긋고, 중국·대만 갈등에서의 중국 비판을 더 높은 수위로 끌어올리지는 않았다. 5월에 예정된 주요 정상외교 일정에서 정밀한 외교 메시지 관리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선언’은 신설될 핵협의그룹(NCG)의 실효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별도 문건을 도출한 것 자체는 진전이라는 평가가 많다.
다만 윤 대통령이 강조한 미국 핵 자산의 정보공유, 공동기획, 공동실행 시스템에서 한국 참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장되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이미 “사실상의 핵공유”라는 한국 정부의 해석에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선을 그으면서 온도 차는 드러났다. 지속적으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독자적인 핵무장론만 키우는 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외교적 노력 없는 확장억제 강화 일변도가 한반도 긴장을 오히려 고조시키는 결과를 불러오면 ‘워싱턴 선언’의 의미도 퇴색할 수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등에서 뾰족한 성과를 얻지 못한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 기업 피해 우려를 불식할 구체적인 진전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이 법을 한국 기업과 미국 측의 ‘윈-윈’으로 규정했고, 한국 정부도 방미 전부터 ‘불확실성이 상당수 해결됐다’고 마무리 국면이라는 인식을 확인했다.
전기차·반도체 산업에서 한국 기업 피해가 누적될 경우 59억달러 투자유치를 강조하며 ‘세일즈 외교’ 성공을 강조한 정부 주장이 무색해질 수 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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