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계약 당한 웹소설 작가가 들려주는 모험 이야기’…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뉴스+]

김건호 2023. 4. 3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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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노예계약을 당해 앞으로의 경력이 모두 끝장나고 자신은 쓰레기 같은 악덕 웹소설 매니지먼트에 붙잡혀 다섯 해 하고도 여덟 개월 동안 격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마침내 기적적으로 전속계약 기간을 모두 태우고 해방된 한 어리석은 웹소설 작가가 들려주는 자신의 생애와 기이하고도 놀라운 모험 이야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깊은 ‘빡침’이 녹아있는 이 글은 대한민국 웹소설계 한 유명 작가가 소속 출판사 G사에 보낸 원고의 제목입니다. 바로 ‘닳고닳은 뉴비’와 ‘재벌강점기’, ‘너의 SNS’ 등 작품으로 많은 팬층을 확보한 ‘레고밟았어’(본명 이어진)작가입니다. 현재 “소속 출판사가 매니지먼트 계약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며 소송에 나선 그가 자신에 속한 출판사에 한방을 던진 것이죠. G사도 나름대로 할 말이 있습니다. 이미 레고밟았어 작가가 주장하는 내용 등은 법정에서 계약해지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 연합뉴스
최근 저작권 소송 중 세상을 떠난 검정고무신의 고 이우영 작가 사건을 계기로 문화계 전반에서 불공정계약을 주장하는 창작자와 계약해지를 두고 몸살을 앓는 소속사가 많아졌습니다. 현재 웹소설 업계에서 ‘핫’한 이슈, 레고밟았어 작가의 불공정계약 사건을 들여다봤습니다.

◆레밟 “불공정계약이다” vs G사 “이미 법정에서 승소”

우선 레고밟았어 작가가 G사와의 계약을 불공정 계약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레고밟았어 작가는 지난 29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저작물의 2차 사용권을 모두 G사에 위탁한 점, 특약에 전속계약 기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점, 특약 비밀유지와 손해배상 의무가 나에게만 있다는 점이 불공정 계약인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레고밟았어 작가가 계약해지를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정산 내용이 담긴 원장부를 G사가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레고밟았어 작가는 “지난해 G사에서 1월부터 3월까지 인세 일부를 지급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됐고, 원장부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회사와의 관계를 정리하려는 것”이라며 “(G사가) 분명히 매니지먼트 계약서인데도 사측은 매니지먼트 의무가 거의 기재된 것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G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작가는 그뿐만이 아닙니다. 또 다른 웹소설 작가인 ‘뺩’작가도 작품 계약 이후 G사가 주지 않은 선인세와 동의 없는 작품 발매 일자 연기 등을 이유로 계약해지 소송에 나섰습니다. 뺩작가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신작 ‘키워 준 은혜는 필요 없습니다’의 런칭을 준비 중이었지만, 2년간 담당자가 5번이 바뀌었고 정확한 이유 없이 런칭을 미뤄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G사의 입장은 어떨까요? 웹소설 작가인 G사의 임모 대표는 미지급 인세에 대해 “부가세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판단을 한 레고밟았어 작가의 담당 세무사가 사측에 지급 보류를 요청해 일시적으로 미지급된 것”이라며 “이후 레고밟았어 작가측이 미지급 인세에 대해 지급을 요청해 즉시 지불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원장부엔 해당 작가 외에도 모든 작가의 매출이 두서없이 나열돼 있어 요청 후 내방할 때 작가님 앞에서 직접 원장부를 보여드리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해당 작가가 제기한 것이다. 모두 작가 일방의 주장”이라고 밝혔습니다. 법정에서 자사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G사의 이야깁니다.

◆“웹소설 계약은 매니지먼트인가 출판인가”...사건은 본안으로

이번 사건의 쟁점은 두 가집니다. 과연 레고밟았어 작가와 G사의 계약이 ‘불공정계약인지 여부’와 ‘단순 출판계약이 아닌 매니지먼트 계약인가’ 하는 점입니다. 온라인에서 소설을 연재하는 웹소설 작가들의 경우 각종 온라인 방송을 병행하거나 기타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출판물뿐만 아니라 작가 개인을 서포트하는 매니지먼트 계약이라는 주장이 최근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웹소설 또한 창작물의 하나로 웹소설 작가들의 계약은 본질적으로 출판물에 대한 계약이라는 게 지금까지 업계의 관행이었습니다.

실제 법원은 레고밟았어 작가가 제기한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G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세계일보가 확보한 이 재판의 결정문에 따르면 지난 2022년9월 서울남부지법에 이어 지난 2월 2심이었던 서울고법까지 “계약서 일부에 매니지먼트 수수료, 매니지먼트 비용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G사가 레고밟았어 작가에게 매니지먼트 용역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봤습니다. 또 “작가가 문제로 삼은 원고 유실 및 담당자 교체, 소장권 가격 책정 등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입증이 불가능해 신뢰관계가 파괴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입장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히 1심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연장계약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레고밟았어 작가가 자신에게 유리한 요구사항(1작품을 타출판사와 출판할 수 있다는 점과 재계약 당시 유리한 수익 분배 비율)을 반영해 체결하는 등 대등한 관계에서 전속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불공정계약이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조만간 이 사건에 대한 본안소송이 있는 만큼 해당 사건이 결론이 났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레고밟았어 작가의 법률대리인인 이윤수 변호사는 “G사가 의무(매니지먼트 의무) 없이 권한만 갖고 수익을 가져간다는 가처분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워 본안소송에서 다투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G사측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경문의 주창열 변호사는 “출판사로서 한 계약으로 저작권법상 배타적 발행권리 등 작가가 아닌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의미한다”며 “향후 본안소송에서도 법원이 우리측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최근 지하철 출근길과 카페에선 웹소설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업계에 따르면 2022년 웹툰·스노우·기타 등 네이버 콘텐츠 부문 매출 1조2615억원 가운데 웹툰·웹소설 매출은 1조664억원이었습니다. 2021년 4917억원에서 무려 116.9% 성장한 결과입니다. 웹소설 산업이 이처럼 문화콘텐츠 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했지만 콘텐츠 제작의 중심에 있는 작가들과 출판사 사이에는 계약을 두고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중견 웹소설 작가는 “업계가 커진 만큼 잘못된 계약 관행은 바로 잡고, 출판사와 작가들 사이에 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출판사와 대형 플랫폼, 작가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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