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가 폭락 전 대주주 매도, 정부 늑장대응이 SG사태 키웠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합동으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사태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4월24일부터 SG증권에서 이뤄진 대량 매도로 다올투자증권·다우데이타·대성홀딩스·삼천리·서울가스·선광·세방·하림지주 등 8개사 주가가 폭락했다. 이들 종목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이 일주일 새 7조원이 넘고, 투자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들 종목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고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주식 유통 물량이 적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별한 호재가 없는데도 주가는 4월 초에 2021년 말 대비 3~6배 올라 시장에선 ‘작전세력’이 개입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금융당국도 관련 첩보를 입수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조사가 늦어졌고, 결국 주식시장 전체 신뢰도가 추락하는 상황으로 번지게 됐다.
어이없는 것은 이 과정에서도 일부 대주주는 폭락 직전에 주식을 팔아 최고 수익률을 거뒀다는 점이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지난 20일 시간외매매로 다우데이타 140만주(3.65%)를 주당 4만3245원에 처분해 605억원을 확보했다. 지난 17일 김영민 서울가스 회장 역시 시간외매매로 주당 45만6950원에 10만주를 팔아 456억9500만원을 챙겼다. 4월28일 종가는 다우데이타 1만7370원, 서울가스 12만7900원이다. 평소 10주 미만인 선광의 공매도 물량은 지난 19일 4만주 이상이었다고 한다. 귀신도 놀라게 할 매도 타이밍이다. 과연 이들 대주주의 주식 처분을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들이 주가조작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게 아니라면 금융당국의 조사 계획 정보가 새나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SG증권발 주가 폭락에는 규제 완화로 근래 규모가 급증한 차액결제거래(CFD)도 영향을 미쳤다. 사태가 터지자 증권사들은 부랴부랴 CFD 신규 가입과 매매를 중단했다. 공매도와 유사한 CFD는 주식 실물을 보유하지 않고 매수·매도 시점의 가격 차액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파생상품이다. 최대 2.5배 차입 투자가 가능하지만 주가 하락으로 증거금률을 유지하지 못하면 반대매매로 강제 청산이 이뤄지게 돼 투자자는 원금을 날리고 주가는 걷잡을 수 없이 하락한다. 투자자 신변이 노출되지 않아 주가조작에 악용될 위험도 있다. 검찰과 당국은 주가조작 세력을 발본색원하여 시장 투명성과 거래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차입 투자 행태를 면밀히 감독해 시장 안전성을 높이고 투자자 보호에도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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