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험해지는 핵 대치, 남북 간 평화 만들기 더 절실해졌다
대통령실은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 신설과 미군의 핵 전략잠수함 전개를 담은 ‘워싱턴 선언’을 윤석열 대통령 방미의 최대 성과로 평가한다. 반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9일 워싱턴 선언에 대해 “핵전쟁 억제력 제고와 특히 억제력의 제2 임무에 더욱 완벽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신했다”며 “더욱 강력한 힘의 실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남북이 대화 의지는 상실한 채 ‘핵에는 핵’으로 부딪치면서 한반도 긴장이 높아져 매우 우려스럽다.
김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적들이 핵전쟁 연습에 광분할수록, 조선반도에 더 많은 핵 전략자산을 전개할수록 자위권 행사도 증대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논평에서 “핵전쟁 책동에는 반드시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방미 기간 도발을 자제했던 북한이 한·미 확장억제 강화 책임을 떠넘기고, 핵 무력을 더욱 강화하는 구실로 삼겠다는 것이다.
향후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하면 한·미는 확장억제 약속에 따라 대응 수위를 한 단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군 태평양 공군사령관은 지난 29일 핵 전략잠수함의 기항에 더해 전략폭격기의 정기적인 전개와 한국 착륙을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고도화·과시하고, 그에 대응해 미군의 핵 전략잠수함과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주변을 돌아다닌다고 상상해보자. 과연 핵전쟁을 하자는 것인지,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치킨게임식 핵 대치는 자칫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순간으로 내몰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한국은 신냉전 구도에서 미국을 선택했다.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에서 북한의 핵 질주를 말릴 인접국도 사실상 없어졌다. 북한을 비핵화 협상으로 유도하는 노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의 핵우산 확장보다 중요하고 선행할 것은 평화 만들기다. 정부는 핵·전략무기 충돌이 없도록 정세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대화로 돌파구를 찾는 노력도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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