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알코올 미작동’ 자동차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 24일 새로운 양형기준을 내놓았다. 스쿨존 교통범죄와 음주운전 범죄를 겨눈 것이다. 7월부터 적용될 새 양형기준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 음주운전자는 징역 2년6개월~4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스쿨존에서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면 최대 징역 15년의 중형에 처해진다. 도로 위의 살인 행위로 일컬어지는 음주운전 범죄와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 처벌을 강화한 것이다. 얼마 전 대전의 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참변을 당한 배승아양 사건에 이르기까지 되풀이된 비극을 감안하면 엄벌과 가중처벌이 당연하다.
국회에서도 음주운전자에게 경종을 울리는 법규 개정이 활발하다. 최근엔 음주운전 사망사고 피의자와 10년 내 음주운전 2회 이상 위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음주운전도 강력·중대 범죄로 간주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처벌 강화만으로는 음주운전을 뿌리뽑기 어렵다. 음주운전은 습관처럼 저질러져 재범률이 45% 안팎으로 부쩍 높다. 상습적인 음주운전자들이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하는 예방책이 필요하다.
음주운전 자체를 막을 방안으로, 시동 잠금장치 도입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운전자가 차내에 설치된 측정기에 숨을 불었을 때 음주가 감지되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장치다. 국민의힘은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운전자 차량에 이 장치 부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해 김기현 대표가 1일 대표발의하고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야당도 도입에 큰 이견이 없는 상태다. 2009년 18대 국회부터 발의됐으나 여론 수렴 등 이유로 14년째 공전하던 잠금장치 의무화 법안이 이제야 급물살을 탄 것이다.
이 장치는 198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처음 채택된 이후 캐나다·스웨덴 등지에서 활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36개주에 도입돼 음주운전 사망자 수를 19% 줄였다. 스웨덴 등에서는 재범률을 현격히 낮췄다. 이 장치의 효용이 입증된 만큼 도입을 머뭇거릴 필요는 없다. 설치 대상·비용 부담 문제 등은 세심히 살펴보면서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 술에 취해 법과 양심을 잊어버리고 비극을 재발시키는 운전자가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음주운전은 예방이 상책이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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