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알코올 미작동’ 자동차

차준철 기자 2023. 4. 3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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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마포경찰서를 방문해 승용차 안에 설치된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 24일 새로운 양형기준을 내놓았다. 스쿨존 교통범죄와 음주운전 범죄를 겨눈 것이다. 7월부터 적용될 새 양형기준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 음주운전자는 징역 2년6개월~4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스쿨존에서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면 최대 징역 15년의 중형에 처해진다. 도로 위의 살인 행위로 일컬어지는 음주운전 범죄와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 처벌을 강화한 것이다. 얼마 전 대전의 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참변을 당한 배승아양 사건에 이르기까지 되풀이된 비극을 감안하면 엄벌과 가중처벌이 당연하다.

국회에서도 음주운전자에게 경종을 울리는 법규 개정이 활발하다. 최근엔 음주운전 사망사고 피의자와 10년 내 음주운전 2회 이상 위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음주운전도 강력·중대 범죄로 간주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처벌 강화만으로는 음주운전을 뿌리뽑기 어렵다. 음주운전은 습관처럼 저질러져 재범률이 45% 안팎으로 부쩍 높다. 상습적인 음주운전자들이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하는 예방책이 필요하다.

음주운전 자체를 막을 방안으로, 시동 잠금장치 도입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운전자가 차내에 설치된 측정기에 숨을 불었을 때 음주가 감지되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장치다. 국민의힘은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운전자 차량에 이 장치 부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해 김기현 대표가 1일 대표발의하고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야당도 도입에 큰 이견이 없는 상태다. 2009년 18대 국회부터 발의됐으나 여론 수렴 등 이유로 14년째 공전하던 잠금장치 의무화 법안이 이제야 급물살을 탄 것이다.

이 장치는 198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처음 채택된 이후 캐나다·스웨덴 등지에서 활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36개주에 도입돼 음주운전 사망자 수를 19% 줄였다. 스웨덴 등에서는 재범률을 현격히 낮췄다. 이 장치의 효용이 입증된 만큼 도입을 머뭇거릴 필요는 없다. 설치 대상·비용 부담 문제 등은 세심히 살펴보면서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 술에 취해 법과 양심을 잊어버리고 비극을 재발시키는 운전자가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음주운전은 예방이 상책이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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