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자신의 ‘가치’ 문제는 中에 목소리 키워야” [차 한잔 나누며]

홍주형 2023. 4. 3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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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 글레이저 獨마셜펀드 亞프로그램 국장
“中, 美동맹국들 이간질하려 해
韓 굳건히 서면 주변국도 변화
美 對中 견제 핵심은 안보 자립
동맹국 단합 없인 실현 불가능
야망 큰 中, 한반도 통일 소극적
韓 ‘쿼드’ 이슈 다시 부상할 것”

“한국은 자신의 ‘가치’와 관련한 문제에서 중국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 중국은 한국을 주목한다.”

보니 글레이저 독일마셜펀드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4월25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문제에서 한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글레이저 국장은 미국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중국 전문가로, 아산정책연구원이 한·미동맹 70주년과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기념해 주최한 ‘아산 플래넘 2023’ 참석차 방한했다.
보니 글레이저 독일마셜펀드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이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중국 문제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이번 정상회담으로 한·미가 대중국 입장에서 한층 더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글레이저 국장에게 워싱턴에서 보는 대중국 시각, 한국 등 동맹국들에 바라는 점에 관해 들었다.

글레이저 국장은 “중국은 미국 동맹국들을 이간질하려 한다. 때로 중국은 한국을 미국이 만든 동맹의 ‘약한 고리’로 보는 게 사실”이라며 “한국이 자국 이익에 굳건히 선다면, 중국이 우리(미국)의 동맹들을 위협하거나 겁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심지어 중국 주변의 더 작은 나라들도 그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해협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윤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언급을 “신뢰한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동맹국들에 요구하는 공급망 재편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글레이저 국장은 무역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 견제를 “‘탈동조화’(decoupling)가 아닌 ‘위험 낮추기’(derisking)”라고 정정한 뒤 “중국과 무역을 중단하라는 것이 아니라 안보 관련 분야에서 대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유사한 입장을 가진 나라들끼리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하자는 것일 뿐 미국에 전적으로 투자하라는 뜻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어 “동맹국들과 단합하지 않고서는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중국에 단호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북한이다. 글레이저 국장은 “중국이 궁극적으로 한반도 통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북)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해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바라는 한국 정권이 있었다”며 “예전에는 북한 비핵화에 중국이 한·미와 협력하는 것에 이익을 갖고 있었는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더 큰 힘을 갖고, 더 큰 야망을 가진 오늘날의 중국의 국익은 더 이상 한반도 통일에 있지 않다”며 “중국의 이익은 현상유지의 영구화”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면, 중국의 대북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구분해왔다. 그는 “미국에 있는 중국 외교관들로부터 북한 핵실험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얘기를 들어왔고, 주요한 이유는 핵실험이 중국 국경과 가까운 곳에서 행해지기 때문일 것”이라면서도 “중국이 추가 제재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글레이저 국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 초기 미국은 한국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국 협의체)에 참여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지만, 한국이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며 “이 이슈(한국의 쿼드 참여)는 다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쿼드에 참여하든 않든 쿼드 내에서 기술, 기후변화 등 다양한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는 워킹그룹에 한국이 함께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대중정책이 정권에 따라 편차가 큰 것과 관련해 “(미국처럼) 한국도 미래에는 대중정책에서 (초당적) 접점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윤석열정부가 일본과의 양자 관계와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이유의 일정 부분은 중국에 대한 우려에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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