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밀착 신냉전’ 윤 대통령, 우크라 무기지원엔 “독자정책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가치 동맹’을 앞세운 5박7일 미국 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30일 귀국했다. 윤 대통령은 타진 중인 5월 초 한-일 정상회담, 5월 중순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미에 이어 한·미·일 안보협력까지 강화하는 방향으로 외교 정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에 공개 편입한 윤석열 정부로서는 한·미·일 밀착 정도만큼 거세질 북·중·러의 반발 리스크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관건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의 최대 성과로 북핵 위협에 맞선 한-미 핵협의그룹(NCG) 설립을 뼈대로 하는 ‘워싱턴 선언’을 내세운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28일(현지시각) 미국 보스턴 브리핑에서 “워싱턴 선언은 제2의 한-미 상호방위조약”이라고 자평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하버드대 연설 뒤 문답에서 “1953년 재래식 무기를 기반으로 한 한-미 상호방위조약에서 이제 핵이 포함된 상호방위조약으로 업그레이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다만 한국 내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핵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고, 복잡한 정치·경제 방정식이 있다. 우리가 핵을 보유할 때 포기해야 하는 다양한 가치들과 이해관계들이 있다”며 “국내 여론은 그것을 고려하지 않고 북한이 저렇게 위협을 고도화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핵 개발을 하자는 여론으로 보인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안보협력의 틀을 한·미에서 한·미·일로 확대·강화하려는 기조는 미 상·하원 합동 연설과 하버드대 연설·대담에서도 강하게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 상·하원 연설에서 “날로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공조와 더불어 한·미·일 3자 안보협력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버드대 연설 뒤 문답에서는 한-일 관계에 대해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으면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서는 벗어나야 한다”며 “우리가 미래를 위한 협력을 잘하면 이런 과거에 대한 우리의 갈등과 반목은 많이 치유될 것”이라고 말했다.
5월 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한·미·일 공조 확대는 가속화할 조짐이다. 다만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해법과 관련한 일본 피고 기업 쪽 참여, 과거사 문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입장 표명이 수반되지 않는 단순 답방일 경우, 반발 여론만 불러올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방미 기간 독재·전체주의에 반대하고 자유·인권·민주주의·법치를 수호하는 ‘가치 동맹’을 강조하면서 북한·러시아 등과 각을 세웠다. 그는 하버드대 연설에서 “다른 사람의 자유를 무시하는 독재적이고 전체주의적인 태도의 결정판을 북한에서 볼 수 있다. 전체주의적 태도는 필연적으로 북한 내 참혹한 집단적 인권 유린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고 국제 무대에서 북한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면서 “다른 나라의 자유를 무시하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는 국제사회가 용기 있고 결연한 연대로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크라이나에 대해서 대한민국의 독자적인 정책이라는 것은 없다”며 “우리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정책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함께 논의하고 조정해가면서 해야 되는 것이다. 거기에는 다양한 옵션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교전국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한-중 관계 악화 가능성과 관련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의 질문에는 “중국과의 관계를 늘 상호 존중에 기반해서 아주 좋은 양국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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