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천진철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경기도연합회장
“경기예총은 5만명의 예술인으로 구성된 창작집단이다. 물론 대한민국의 모든 예술단체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규모의 크기가 질적 으뜸으로 이어진다는 게 아니다. 다양함과 다름으로 경쟁하고 여기서 창조된 것들이 반복되고 다시 생겨나면서 예술이 융성해야 한다.” 지난 3월 취임한 천진철 제21대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경기도연합회장(이하 경기예총)의 말이다. 취임 후 두 달여가 흐른 지난달 25일, 천 회장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것은 경기예총의 ‘미래’와 ‘성장’이었다. “인생의 마지막 과업으로 생각하고 경기예총 회장에 출마했다”는 그에게서 미래와 성장을 위한 방안을 들어봤다. 구상을 밝히는 표정은 차분했지만 눈빛에선 오랜 세월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치열한 고민 끝에 나온 확신이 읽혔다.
Q 취임사에서 ‘경기예총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와야 하는 시점에 당선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변화를 가져와야 하는 시점’에 많은 의미가 내포된 듯하다.
A 우리는 4차 산업에 이어 인공지능(AI) 시대 등 격변의 시대에 서 있다.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예술가의 창작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 다가오는 미래에 문화예술 산업은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미래를 준비하는 변화적인 인식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을 경기도가 선도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경기도가 하면 한국을 대표하고 세계 문화예술의 중심이 된다고 본다. 새로운 변화의 시점에 경기예총의 책임자로 임무를 다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물론 막중한 책임감도 잘 알고 있다.
Q 경기예총에 오래 몸 담아 왔지만 회장으로 취임한 후 본 실상은 조금 다를 것 같은데.
A 한국예총 안양지회장과 한국연예인협회 경기연합회장으로 예총에 몸 담은 지도 40여년이 됐다. 경기예총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발전할 수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판단해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40여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예술의 발전에 온 힘을 다하겠다. 우선 올해 경기연합회의 사업과 10개 단체의 사업을 점검하고 본예산 확충과 이에 대한 계획으로 정신이 없다. 오는 12일 시흥에서 열리는 지구촌축제를 준비하고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러한 준비 과정에서 회원 단체와 예산 배정을 조율하고 효율성을 높이고, 또 새롭게 요구되는 미래 변화를 당장 실현하기엔 쉽지 않은 부분이 조금 아쉽다. 많은 분들의 노고로 어려운 시기에도 경기예총이 잘 이어져 왔지만 개선해야 할 부분 역시 많다.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변화를 줄 생각이다.
Q 취임한 지 두 달이 다 돼 간다. 그동안의 소회를 밝힌다면.
A 말이 두 달이지 2주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다. 오랫동안 경기예총에 몸담고 있어 큰 이질감이 없었음에도 너무나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업무를 파악하고 조직개편에 인선, 사업 점검에 취임식 등 참 바쁘게 지낸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많은 예술인을 만나고 회원들을 만나는 데 시간을 많이 쓰려고 노력했다.
Q 많은 예술인을 만나면서 이들의 주된 요구도 있었을 테다. 회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목표로 삼은 게 있다면.
A 지역 예술인들이 경기예총에 바라는 것 중 하나는 시·도 매칭사업을 원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를 통해 임기 내 주력할 부분이 시·군 예술단체 문예진흥사업의 부활이다. 이 사업은 경기도가 1995년 시작해 2017년 일몰됐다. 31개 시·군에 소속된 10개 단체 지부가 대상으로 당시 25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창작 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이 있을 당시 경기도는 르네상스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문예진흥사업은 경기예술인 모두를 위한 예술 진흥정책이자 결국 경기도를 위한 정책이다. 지역별로 경기도 전체가 다 사업을 하게 되니 예술인들이 왕성하게 움직이는 게 보인다. 우선돼야 할 사업이라 생각한다.
Q 안양시의회 보사환경위원장과 안양시의회 의장을 지냈다. 문화예술계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태생부터 문화예술인이었다. 정치보다 예술활동을 먼저 시작했다. 1972년부터 밴드를 구성해 음악활동을 했다. 그 재능으로 시민 위안 공연, 나무 심는 헌수 모금을 위한 공연, 시민의 날 전야제, 군부대, 불우이웃을 위한 공연 등등을 펼쳤다. 공연이 흔치 않은 시대에 스피커를 연결해 음악을 선보여 왔다. 그렇게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게 보니 지역주민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음악으로 봉사도 많이 했다.
주민들의 생활환경에 밀접하게 연관된 정치, 시의원에 자연스럽게 출마해 운 좋게 당선됐다. 열심히 하다 보니 4선 의원도, 시의회 의장도 하게 됐다. 앞으로 내가 또 봉사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그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예술인들이 바라는 것에 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문화예술에 대한 사랑은 늘 변함없었다.
Q 코로나 이후 경기도 예술인들의 어려움이 컸다. 이들의 활동은 회복됐는가.
A 코로나19로 우리 예술인들이 힘들게 보낸 시간이 거의 3년에 달한다. 가장 피해를 많이 본 분야이기도 하다. 어떻게 단시간에 회복될 수 있겠는가. 많은 예술활동에 제약이 있었고 이에 따라 공연, 전시, 기획 등이 일시적으로 위축됐다. 실로 예술인이 겪은 고통과 좌절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팬데믹 이후 찾아올 희망으로 오늘을 맞고 있지만 절감되고 삭감된 문화예술 지원은 아직도 지자체 예산상의 이유로 좀처럼 원상회복되지 않고 있다. 예술인들이 잃은 자리를 되찾고 다시 무대와 시민들 앞에 서며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경기도와 도의회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해 가며 풀어 볼 예정이다. 이러한 경기예술인들의 복지 문제는 임기 끝까지 챙기고 돌볼 사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Q 경기도 차원에서 마련하길 바라는 정책적 지원이 혹시 있나.
A 다행스러운 것은 경기도 문화예술체육관광 부문의 예산을 3%를 목표로 의원들이 분투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예술인 기회소득을 올해부터 지급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경기 예술인으로 다행스러움과 자부심을 느낀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앞서 말한 시군예술단체 문예진흥사업과 그동안 시도 매칭사업으로 지원된 ‘찾아가는 문화활동’, 또 대폭 축소된 여러 지원사업이 세밀하게 검토돼 경기도 예술인들이 회복할 수 있는 자양분을 만들어줘야 한다. 경기예총 차원에서도 경기예술인들의 피해 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정책적으로 회복에 필요한 지원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Q 주요 예술인단체의 회장으로서 경기예술의 위상을 진단한다면.
A 경기도는 지리학적이나 사회적, 인구 분포도로 봐도 대한민국의 중심이다. 역사적인 기록과 문화 콘텐츠 차원에서 봐도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인 문화산업의 중심 지역으로 손색이 없다. 다만 경기도 전체 예산 대비 문화예술 분야의 비중을 좀 더 확대하고 예산을 편성한다면 경기예술이 확 바뀌고 제대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본다.
Q 60년 넘는 역사를 가진 경기예총,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밝혀 달라.
A 우선 올해 주요 사업으론 ‘경기예총 60년사’ 발간이 있다. 경기예총 60년사를 되돌아보면 미래 방향이 보인다. 60년 역사를 가진 경기예총의 모든 흔적을 꼼꼼하게 빠짐없이 정리할 예정이다. 경기예총의 미래 성장을 위해 경기예총의 새로운 미래 100년을 준비해야 한다. 임기 동안 최소한 그 기반 조성은 이뤄낼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 먼저 경기예총 내부와 외부의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지속적인 노력과 변화를 추구할 것이다. 또 경기예총 소속 10개 단체 31개 시군협회가 끈끈하게 하나가 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예술인들이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전진기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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