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리후생 꿈도 못꿔”…기업간 복지 양극화 심각 [5·1 근로자의 날]
공동근로복지기금사업 추진 시급...“市, 기업과 기금 마련 적극나서야"
인천 주안국가산업단지에서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는 A씨(45). 그에게 대기업의 대표적인 복지(복리후생) 중 하나인 ‘장기근속휴가’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여기에 자녀들을 위한 학자금 지원이나, 여름휴가 등에 맞춘 상여금 등도 꿈꾸지 못한다.
A씨는 “대기업을 다니지 못한 탓이라 생각 하지만, 그래도 비교하면 좌절감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급여차이는 인정하지만, 이 같은 복지는 정부가 나서 비슷하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인천시 주도의 공동근로복지기금 재정지원사업 등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인천지역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복리후생 양극화 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통계청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 근로자 122만3천448명 중 대기업(종사자가 300인 이상)을 다니는 인구는 16만4천628명(13%)에 불과하다. 나머지 근로자 중 소규모기업(50인 미만)이 83만3천396명(68%)으로 가장 많은 등 인천지역 근로자 87%는 중소기업을 다닌다.
이는 인천지역 특성상 남동국가산업단지와 부평·주안국가산업단지 등에 협력업체 비율이 높은 탓이다. 인천의 대기업 근로자 평균 임금은 511만4천원이지만, 소규모기업은 274만5천원에 그친다. 하지만 임금 이외에 장기근속휴가나 학자금 지원, 상여금 등 복리후생 차이가 매우 크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2021년 임금을 제외하고 복리후생 격차를 줄이려 ‘인천시 노동정책기본계획’에 공동근로복지기금 재정지원사업을 포함했다. 공동근로복지기금이란 중소기업에 복리후생 제도를 적용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대기업이 함께 기금 구성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시는 2년이 지나도록 기본계획에 담아만 놨을 뿐, 실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현장에서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커 (공동근로복지기금 조성은) 시작하지 못했다”고 했다.
반면 경상남도는 지난 2020년부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대기업과 함께 이들 협력회사 등 중소기업의 복리후생을 지원할 수 있는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경상남도와 기초지자체까지 출연에 나서면서 기금은 해마다 확대하고 있다. 이들 협력회사 근로자들은 주택구입자금 보조와 학자금·장학금 지원, 휴가비·생활안정자금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지역 안팎에서는 시가 나서서 지역의 특화산업인 반도체와 바이오·자동차·항공·항만 분야의 기업들과 함께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공기업과 한국지엠(GM)㈜·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등 대기업들이 있다. 또 사실상 인천에 둥지를 둔 ㈜포스코이앤씨는 이미 40억원의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시장 양극화는 곧 지역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인천은 대기업-중소기업의 공급체인이 연결해 있는 만큼, 대기업이 협력회사의 공로를 인정하고 기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시가 나서 기업들에게 공동근로복지기금의 필요성을 알리고, 별도의 기금을 하나로 모아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법으로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보니 그동안 추진이 어려웠다”며 “경제·산업 부서 등과 협력해 인센티브 제도 등을 마련하는 등 구체적인 조례 등을 만들어 활성화해보겠다”고 했다.
김지혜 기자 kjh@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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