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째 비탈길서 안전불감 작업…영도구도 단속 손놨다

최혁규 기자 2023. 4. 30.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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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부산 영도구에서 등굣길 초등학생이 목숨을 잃는 참변이 일어난 가운데, 지난해 비슷한 사고가 인근에서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현장 근처에 사는 한 주민은 "왕복 2차선 도로라 차가 한대만 멈춰 있으면 도로가 마비된다. 해당 업체에서 수시로 도로 한쪽을 막고, 그것도 위험한 비탈길에서 하역 작업을 하면서 적재물을 길가에 놓아둔다고 영도구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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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 낙하물에 초등생 참변

-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금지
- 인도 노상적치물 금지 등 위반
- 사고난 직후에도 여전히 많아

- 차량전복으로 안전펜스 파손 등
- ‘전조’될 일 터져도 허술한 대처

- 기관장들 통학로 안전 협업선포
- 한 달 안돼 참변 전시행정 비난

지난 28일 부산 영도구에서 등굣길 초등학생이 목숨을 잃는 참변이 일어난 가운데, 지난해 비슷한 사고가 인근에서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등굣길 어린이보호구역 인근에서 수십년 간 중장비를 동원한 위험한 작업이 진행됐지만 관할 구청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등굣길 초등학교 어린이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난 30일 영도구 청동초 인근 통학로에 차량 여러 대가 불법주정차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28일 오전 청동초 인근에서 지게차로 옮기던 1.7t짜리 원통형 화물이 추락해 등굣길 학생들을 덮친 뒤 인도에 올려져 있는 모습. 이원준 기자·독자 제공


▮사고 이틀만에 불법주차 만연

30일 추모공간으로 꾸며진 사고현장에서 조금만 벗어나니 불법주차 차량이 가득했다. 영도구는 평소 하지 않던 어린이보호구역 주차단속을 두 차례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10살 아이가 세상을 떠난 지 고작 이틀 지났을 뿐인데, 어른들의 안전 불감증은 바뀌지 않았다.

이번 사고에 대해 인근 주민들은 구청이 어린이보호구역 관리감독에 손을 놓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선 주정차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 업체가 40년 동안 어린이보호구역 내 비탈길에서 위험천만한 작업을 할 동안, 주정차 단속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 노상적치물을 놔두는 것도 과태료 대상이지만, 이또한 부과된 적이 없었다고 사고 업체는 주장한다.

사고 현장 근처에 사는 한 주민은 “왕복 2차선 도로라 차가 한대만 멈춰 있으면 도로가 마비된다. 해당 업체에서 수시로 도로 한쪽을 막고, 그것도 위험한 비탈길에서 하역 작업을 하면서 적재물을 길가에 놓아둔다고 영도구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렇게 위험한 작업은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심야시간대에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비탈길 때문에 사고가 더 컸다”고 말했다. 영도구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은 맞지만 불법 주정차와 노상적치물 민원은 파악되지 않았다. 일대가 주거지이다보니 민원이 없는 상황에서 구가 정기 단속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어린이보호구역 보수 허술

이날 부산영도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학교 인근에서 교통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가던 16t 정화조 차량이 가로등과 전신주를 잇따라 들이받고 전복돼 운전자가 숨졌다. 사고 장소가 어린이보호구역임에도 안전펜스가 없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사고 이후 영도구는 사업비 6196만 원을 투입해 기존 철제 펜스보다 안전성이 강화된 노란색 펜스 보강 작업을 했지만 ‘학생들이 몰리는 일부 구역’만 작업하면서 ‘생색만 냈다’는 비판 여론이 나왔다. 청동초는 어린이보호구역 전체(400m)에 펜스를 세워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는 일부구간(256m)만 설치했다. 영도구는 “예산 문제로 전체에 설치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2000만 원만 추가하면 보호구역 전체에 강화된 안전펜스를 설치할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장 릴레이 협업’ 무색

지난 6일, 시교육청은 하윤수 교육감과 김기재 영도구청장 등과 함께 청동초에서 통학로 안전 확보를 위한 ‘기관장 릴레이 협업 선포식’을 열었다. 그로부터 한달도 안 돼 바로 청동초에서 등굣길 학생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행사는 청동초 후문의 옹벽통학로 문제(국제신문 지난 3월 23일 자 1면 등 보도) 해결에 힘을 모으자는 것이어서 ‘기관장들이 등굣길 안전을 지키자고 대대적으로 선언하고도 위험한 환경을 방치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 청동초 학부모는 “높은 사람 다 모여서 대체 뭘 한 거냐. 경찰은 물론 교육청 구청 국회의원도 나서서 뭐가 문제인지 샅샅이 밝히고, 두번 다시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고 말했다. 청동초는 1, 2일 예정됐던 운동회를 취소하고 정상 수업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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