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경고했는데…통학로서 아이를 또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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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옆 어린이보호구역에서 1.7t짜리 원통형 원사(실)더미가 비탈길을 따라 굴러와 등굣길 10살 어린이를 덮쳐 숨지게 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등굣길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한 교육당국과 제대로 된 안전 확보에 나서지 않은 부산시·영도구는 물론 등교시간에 중장비를 동원해 하역작업을 한 업체 등 어른들의 '안전 불감증'이 겹쳐 돌이킬 수 없는 '인재'가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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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학 위험학교’ 지정하고도 교육청 안전사고 막지 못해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옆 어린이보호구역에서 1.7t짜리 원통형 원사(실)더미가 비탈길을 따라 굴러와 등굣길 10살 어린이를 덮쳐 숨지게 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청동초 등굣길의 위험성은 국제신문이 신년기획 ‘먼저 온 미래, 영도’(국제신문 지난 1월 9일 자 4면 등 보도)에서 여러 차례 경고했다. 또 지난 3월에는 아이들이 급경사인 정문 쪽 통학로 대신 2m가 넘는 후문 쪽 옹벽 통학로를 이용하면서 불안에 떨고 있다(3월 23일 자 1면 등 보도)고 보도했다.
등굣길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한 교육당국과 제대로 된 안전 확보에 나서지 않은 부산시·영도구는 물론 등교시간에 중장비를 동원해 하역작업을 한 업체 등 어른들의 ‘안전 불감증’이 겹쳐 돌이킬 수 없는 ‘인재’가 발생한 것이다. 사고가 난 지 이틀이 지난 등굣길은 더는 만날 수 없는 아이를 추억하는 문구와 꽃으로 채워진 추모공간이 돼 있었다.
30일 부산 영도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8시22분 청동초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무게 1.7t에 달하는 어망 원사에 4명이 깔려 어린이 한 명이 숨지고, 학부모 1명과 학생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올해 10살인 아이는 사고 이후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그물 원사는 사고지점에서 200m 가량 떨어진 업체가 컨테이너 차량에서 지게차로 하역작업을 하던 중 떨어지면서 비탈길 아래로 굴러 떨어져 아이들과 학부모를 덮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업체는 그물 원사를 보관하는 장소가 있음에도, 비탈길 한 중간에 내려놓았고 사고 당시 이미 하역한 4개의 원사도 일체의 안전장치 없이 비탈길 가로수에 기대 보관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등굣길은 봉래산 자락을 따라 오르막길로 만들어져 매우 가팔랐다. 현장에서 비탈길을 따라 100여m 걸어 올라가자 사고를 낸 그물 공장이 나타났다. 이 업체는 그간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작업을 등교시간에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 구역은 주정차 뿐만 아니라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적치 작업도 금지된 ‘어린이 보호구역’이다. 업체 관계자는 “40년 동안 같은 작업을 했는데, 관할구청의 관리·감독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시간에 작업을 하는 바람에 발생한 인재”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업체를 상대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시교육청 등 관계기관은 청동초 등굣길 위험을 알고 있었다. 언론에서 숱하게 지적한 것은 물론, 시교육청이 지난달 공개한 ‘안전한 통학로 구축방안 연구용역’에서도 청동초는 무려 5곳에서 문제점이 발견된 ‘위험 학교’로 분류됐다. 사고 현장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지난해 7월 큰 교통 사고가 있었는데 시설 일부만 보강됐다. 2023년 대한민국에서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가다가 이렇게 목숨을 잃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울먹였다.
이날 오후 찾아간 현장은 꽃과 메시지, 과자 등이 놓인 추모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야 어른들이 너무 미안해’라는 문구 앞에 한 아이와 어른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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