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농업에 미칠 영향은

홍경진 2023. 4. 3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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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목표 재확인…농지태양광 규제완화 가능성
IPEF ‘성과 도출’ 의지…SPS 등 비관세장벽 무력화 촉각
바이오 공동연구 가속화땐 美 LMO 유입 문턱 낮아질 수도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5박7일간 미국 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4월30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4월24~29일 미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30일 귀국했다.

방미 기간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위협에 대응할 ‘확장억제’ 방안을 별도로 명문화해 관심을 끌었다. 세간의 이목은 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 등을 담은 ‘워싱턴선언’에 집중됐지만 이밖에도 두 정상은 80여분간 대좌를 통해 ▲국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재확인 및 원자력‧청정 전력 비중 확대 ▲인도·태평양 식량불안 대응강화 및 인·태경제프레임워크(IPEF) 4차 협상 부산 개최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설립을 통한 바이오기술 협력 진전 등을 추진키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2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이같은 정상간 합의 내용은 추후 실무협의로 이어지면서 국내 농업분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양국이 2030년까지 계획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재차 확인했다. 그러면서 이를 실현할 수단으로 재생 및 원자력을 포함한 청정 전력 비중을 현저히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국내 농업부문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2470만t 대비 27.1%(670만t) 감소한 1800만t으로 줄여야 한다. 

탄소감축과 별개로 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한 전력 비중 확대 방침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영농형태양광 등 농지태양광 규제 완화 논의 또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농업진흥구역 농지 등은 일사량은 물론 주택·도로와 이격거리 확보에 유리해 태양광발전에 적합하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농민단체 등 농업계에선 우량농지 훼손과 도시자본 침투에 따른 농촌 피폐화 등을 우려하는 입장이다.

두 정상은 인·태지역 협력 강화라는 공감대 속에 협상에서 높은 수준의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부산에서 IPEF 4차 협상을 개최할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발표에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공동성명엔 공정무역에 대한 지지 표명과 함께 ‘외국기업과 관련된 불투명한 수단의 사용에 대한 깊은 우려’가 담겼다. 

그동안 미국은 우리나라의 위생·검역조치(SPS)가 자국의 농축산물 수입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불만을 지속적으로 드러내왔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자국산 사과·배·블루베리 등 과일과 육포·패티 등 쇠고기 제품에 대해 비관세장벽을 허물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이같은 요구가 정상회담 이후 이어질 3·4차 IPEF 협상에서 구체화할 경우 한국농업은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인하 못지 않게 큰 충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4월28일(현지시각)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디지털바이오 석학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미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를 출범시켜 바이오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양국은 정상간 합의에 따라 새로 설치할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협의체에서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분야의 협력 진전도 추진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로렌스버클리연구소가 업무협약(MOU)을 맺고 합성생물학에 기반한 바이오제조 역량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합성생물학은 전통 생물학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해 DNA와 단백질 같은 생명체의 분자를 전자처럼 비트(bit) 단위로 읽고 쓰는 최신 생물학이다. 생명을 합성한다는 부정적 어감을 완화하려 ‘생명공학’으로 부르기도 한다. 

우려되는 건 추후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가 출범하고 양국 공동연구 등이 추진될 경우 농업생명공학기술이 적용된 미국 상품의 국내 유입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까다롭다고 지적해 온 한국의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관련법과 승인 과정 등 문턱이 대폭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의 방미일정에는 대기업은 물론 ▲농기계(TYM, 아세아텍) ▲식품·생명공학(CJ, 코스코, 플레이팅코퍼레이션) ▲푸드테크(고피자) 기업의 대표 등을 포함한 122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했다. 이들 기업이 미국 정부 관계자 및 기업인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준 셈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농림축산식품부 새해 업무보고에서 농식품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가공품, 스마트팜, 농기계 등으로 농업 관련 수출분야를 확대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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