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토리 29화. "귀환 입양인들의 삶을 사진에"…독일 입양동포 사진작가 킴 스펄링

YTN 2023. 4. 30.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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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스펄링 / 독일 입양동포 : 저는 킴 스펄링입니다. 나이는 47살이고 독일 입양동포 출신 사진작가입니다. 지금은 용인에서 아내와 두 아이랑 함께 살고 있습니다.]

[킴 스펄링/ 독일 입양동포 : 오늘 입양인 문화예술협회에서 주최하는 전시회 개막식이 있어서 국회에 왔습니다. 20명 넘는 해외입양인 예술가들이 함께한 전시회예요. 이번에 저는 '우리나라'라는 작품을 선보였어요. 한국에서 오랜 시간 살아온 귀환 입양인들의 사진과 인터뷰 모음집이에요. 수십 명에서 백여 명에 가까운 입양인들이 한국으로 귀환해 살고 있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한국사회나 언론은 주로 입양인들이 가족과 재회하는 이슈에 관심이 많잖아요. 아무래도 감성적인 부분이니까요. (작품을 통해) 입양인들이 자신을 떠나보낸 나라임에도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을 한국사회에 알려주고 싶었어요. 이들이 다시 돌아올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한국 정부도 과거에는 입양인들의 귀환에 그렇게 열린 마음이 아니었고요. 또 하나는 입양국가에 살면서 한국 정착을 막연하게 꿈꾸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한인 입양인들에게 제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죠.]

독일 할아버지와 이별 후 처음 마주한 '정체성 고민'

[킴 스펄링/ 독일 입양동포 : 독일에서 자랐는데 양부모를 만난 건 행운이었어요. 불평할 점 없이 좋은 분들이었죠. 인종차별을 겪긴 했지만 심각하진 않았어요. 어릴 때 저는 의심할 여지 없이 제가 독일인이라고 생각하고 자랐죠. 하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저의 삶과 할아버지의 역사를 되돌아보았어요. 독일에서는 과거를 되돌아보는 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1930~40년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자행한 일들에 연대적 죄책감을 느끼는 거죠. 어린 세대도 그런 감정을 느껴요. 저도 독일인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있고 가족이 전쟁에서 싸웠거든요. 당시 나치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나치에 맞서 싸운 건 아니었으니 '나도 죄책감을 느껴야 할까'라는 질문이 던져진 거죠. 거울을 보고 저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난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나에게 독일 국적은 무슨 의미인지 되묻게 됐죠. 친가족을 찾으려고 간단한 시도는 했지만, 딱히 결과가 나오지 않았어요. 그 이후로 저도 진지하게 노력하지 않았고요. 지금은 그때보다는 간절하게 가족을 찾고 싶어요.]

"나는 한국 귀환 입양인" 한국인 아내 만나 더 가까워진 '모국'

[킴 스펄링/ 독일 입양동포 : 저는 결혼해서 아이가 두 명 있고 한국 용인에 작년에 들어왔어요.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13년 정도를 함께 독일에서 살았는데 다른 국적의 사람과 결혼하다 보면 다음에는 어디에 살지를 고민하게 돼요. 저희는 서로의 고향에서 한 번씩은 살아보자는 데 동의했죠. 지금은 한국 생활을 즐기고 있어요. 한국어도 배우고 싶어서 서울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죠. 아직 한국어를 못하거든요. 한국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곳에서 일하기 힘들잖아요. 한국에서 사는 건 입양인을 포함해 외국인으로서 아무래도 쉽지 않아요. 입양인들은 서양 문화 속에 자라왔고 교육 제도도 한국과 정말 달라요. 자녀가 있는 입양인들이 한국에 정착하는 건 그런 면에서 굉장히 힘들 거예요. 예를 들면, 독일에서는 아이들이 학교 갔다가 집에 와서 숙제하고 그다음부터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는데, 한국은 학교 갔다가 학원가고 그다음 또 다른 학원을 가고 저녁이 돼서야 집에 오죠. 한국인인 아내는 이미 익숙해져서 받아들이기 쉽겠지만, 모두가 그런 삶이 익숙한 건 아니거든요.]

'한국인 vs 독일인' 사진은 내 정체성 찾아가는 여정

[킴 스펄링/ 독일 입양동포 : 모국과의 관계와 한인 정체성에 대한 의미를 찾던 중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해 2010년에 독도를 방문했어요. 독도와 그곳에 계시는 분들을 사진으로 남겼죠. 두 개로 나뉜 작은 섬 독도를 한국인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제로 가본 한국인들은 많지 않을 거예요. 가서 딱히 할 거리가 없기도 하고요. 의뢰받아 만드는 상업성 작품을 제외하곤 저만의 작품은 모두 한인 입양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연속적으로 담겨 있어요. 저는 아직도 제가 얼마만큼 한국인인지를 알아가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해요. '나는 한국인인가, 독일인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딱 반반씩 해당하나….' 한국과 관련한 제 프로젝트는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죠. 아직도 그 여정은 끝나지 않았고 계속 진행 중입니다.]

"언젠가 북한을 방문해 북한의 모습과 남북 관계를 사진에 담고 싶습니다"

-독일 입양동포, 킴 스펄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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