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바이든 환대 받은 尹, 한국민 냉담한 반응 속 귀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환대를 받으며 미 국빈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귀국길에 올랐지만 한국에서는 ‘다른 분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윤석열 정부가 이번 방미의 최대 성과로 여기는 ‘워싱턴 선언’을 두고 한국 내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윤 대통령이) 낮은 지지율과 한국의 오랜 전통인 ‘외교적 신중함’을 위협할 수 있는 미국 선회 정책에 강한 우려를 갖고 있는 대중들의 냉담한 반응 속에 귀국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윤 대통령이 당선된 후 행한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워싱턴 선언’에 대한) 한국의 평가는 양극화됐다”며 한국 내 반응을 소개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NYT에 “역사는 윤석열 정부를 한국 정부 최초로 북핵을 시급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대응책을 마련한 정부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연 미국 신안보센터 연구원도 “‘워싱턴 선언’은 한국으로선 큰 승리”라고 평가했다.
반면 ‘워싱턴 선언’이 “확장 억제가 아니라 위기의 확장”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워싱턴 선언’에 담긴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가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북한에 또 다른 핵무기 확장 구실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김동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워싱턴 선언’이 실질적이고 환상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빈 껍데기”이라며 “미국의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NYT는 지난 수십년간 한국의 국방 전략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이 도움을 줄 것이라는 ‘가정’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이런 전제가 신뢰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반도 유사 시 미 본토에 대한 핵 공격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을 위해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는 응답이 49%에 달하는 국내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NYT는 이런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확장 억제 약속은 “어떻게 포장을 하든 미사여구에 불과하다”는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의 진단을 전했다.
NYT는 군사 동맹국인 미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모색해온 한국 정부의 외교 전통을 윤석열 정부가 흔들고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이밖에 ‘워싱턴 선언’으로 한국이 실질적으로 얻는 이득이 적은 반면 ‘독자 핵개발’ 주장에는 쐐기가 박혔다며 윤석열 정부가 ‘소탐대실’했다고 보는 여론도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일자리 감소로 고군분투 중인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워싱턴 선언’의 성과는 미흡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최근 몇달간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으로 한국 기업이 불이익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이번 공동성명에는 “긴밀한 협의를 계속하겠다”는 언급만 나온 점을 짚은 것이다.
존 딜러리 연세대 교수는 “한국 젊은이들은 (윤 대통령이 부른) ‘아메리칸 파이’ 가사는 몰라도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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