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 입으면 한결 맵시 나죠"…한복 매력 알리는 호주 한인 디자이너

YTN 2023. 4. 3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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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보랏빛 저고리에 화려한 꽃무늬 치마.

성인 못지않은 강렬한 표정을 한 어린이 모델이 한복의 자태를 뽐냅니다.

지난해 11월 열린 멜버른 키즈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한복 의상입니다.

[미아 트랜 / 멜버른 키즈 패션위크 참가 학생 : (당시에) 다른 사람들은 평상복을 입었는데 저는 한복을 입어서 한국을 대표하는 것 같고 느낌이 남달랐어요. 관객들이 한복에 감탄하고 저를 쳐다보는 것 같아서 사진으로도 남겼어요.]

아름다운 어린이 한복을 만든 주인공은 호주 거주 5년 차 동포 이선영 씨입니다.

전업 한복 디자이너로 활동해온 지 이제 3년 남짓,

주로 한인들을 위해 한복을 만들던 선영 씨에게도 이번 패션쇼 무대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선영 / 한복 디자이너 : 사실은 저는 패션위크가 아이들 것도 있는지는 잘 몰랐거든요. 제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큰 행사에 제가 이렇게 딱 런웨이에 제 작품을 올리게 돼서 너무나 감개무량하다고 할까, 영광이죠.]

사실 선영 씨는 영어를 전공한 교육자였습니다.

호주인 남편과 결혼해 이민 올 때만 해도 한복 디자이너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는데요.

호주에선 가정 내 재봉틀 사용이 흔한 풍경인 만큼, 그저 아들에게 예쁜 옷을 만들어주기 위해 재봉을 배웠다가 한복 디자이너까지 오게 된 겁니다.

[이선영 / 한복 디자이너 : 제 한복, 아이 한복 이렇게 만들어 주다가 이제 호주 여기 학교에서는 '하모니 데이(다문화의 날)'라는 게 있어서 그때 이제 아이들이 학교에 한복을 입고 간다 그런 것을 이제 많이 접해서 제가 한복을 만들어서 공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이제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죠.]

전문 디자이너가 되기까지는, 늘 집에서 지내며 격리해야 했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도 오히려 기회가 됐습니다.

소일거리로 한복과 함께 한국적인 소품을 만들어 온라인에 올렸는데, 사람들이 선영 씨의 감각을 알아보기 시작한 겁니다.

[이선영 / 한복 디자이너 : 크리스마스 때 한국적인 소품을 찾으시는 분들도 생겨서 제가 이제 와인 보틀 커버라든지 아니면 꽃무늬 파우치 이런 것을 한국 한복 소재를 사용해서 또 선물용으로 팔기도 했죠. 또 제가 생활한복 쪽으로 올리면 반응이 좋아서 '아, 그러면 이쪽으로 방향을 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생활한복은 물론 특별한 날에 입는 미니 드레스와 정장 등-

한복 구하기 힘든 호주 사회에서 맞춤 한복 디자이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남경미 : 실용적인 것, 되게 실용적이에요. 딱 그 틀에 박힌 한복의 모양이 아니라 어디 나가서도 입을 수 있고 공식적인 장소에서도 입을 수 있는, 매일 입을 수 있는 그런 게 참 매력인 것 같아요.]

선영 씨는 한복은 화려한 색감도 아름답지만, 모나지 않은,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곡선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합니다.

한복에 담긴 정신은 항상 세상과 화합하려는 마음, 한국을 포함해 동양 철학이 담겨있단 겁니다.

이렇게 한복을 공부하면서 직접 만들다 보니 애착이 더욱 깊어져 가는데요.

그래서인지, 이른바 '한복 공정' 이야기가 나올 때면 그 누구보다 속상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선영 / 한복 디자이너 : 사실 요즘에 우리 한복을 좀 지켜야 할 필요성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때, 때만이라도 아니면 좀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한국적인 것을 알릴 수 있는 그런 노력을 서로 같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한복을 더욱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커지면서 한복 만드는 법 강의도 시작했습니다.

임대료를 내기 위한 최소한의 금액만 받고 일종의 재능기부 형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황은영 / 한복 수강생 : 딸 아이들과 같이 입을 수 있는 생활한복을 만드는 게 제 목표였거든요. 그래서 수업이 계속 이뤄진다면 한복을 만드는 그 날까지 계속 수강할 생각입니다.]

[윤강이 / 한복교실 수강생 : (호주에) 한복 가게가 없기 때문에 한국까지 가서 그걸 우리가 공수해 와야 하는데 우리가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게 너무너무 보람이 있고요.]

개인 작업실에서 강의실까지 왕복 서너 시간이 걸려 때론 지치기도 하지만, 선영 씨는 이런 노력이 헛되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특별한 날에 주변 한인들부터라도 한복을 입다 보면, 한복의 아름다움이 한민족을 넘어 전 세계인에 알려지리라 믿기 때문이죠.

[이선영 / 한복 디자이너 : 이게 제가 좋아하는 일이고 또 잘하는 일이고요. 누군가는 한번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저 하나라서 좀 느리고 힘들긴 하지만 최대한 많이 공급해 드리려고 노력을 할 테니깐요. 마음가짐으로 '한복을 좀 많이 입겠다, 때 되면 꼭 입어줘야 하겠다'는 그런 마음을 좀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한복만을 주제로 개인 패션쇼도 열고 싶다는 선영 씨,

그날을 위해 오늘도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한복을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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