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솎아줄 열매도 없다" 이상기온이 망친 배 농사

박하늘 기자 2023. 4. 3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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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오락가락하는 이상기온에 유명 배 산지인 천안 성환읍과 아산 음봉·둔포면 농가들이 한 해 농사를 망칠 위기에 처했다.

이른 봄, 이상 고온으로 일찍 꽃망울을 터뜨린데다 화접(인공수분)할 시기엔 기온이 뚝 떨어져 수정이 안 돼 열매를 맺지 못한 탓이다.

A씨는 "3년 전에도 냉해 때문에 수정이 잘 안됐었는데 올해는 더 안됐다"며 "예년에는 봉지를 8만 장 씌웠는데 올해는 5만 장 예상한다. 5만 장도 상품성 없는 열매까지 씌웠을 때 얘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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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접 시기에 저온으로 수정 안돼
천안·아산시 피해 접수, 국가재난관리시스템에 등록
오이 농가는 수확량 줄어
천안 성환읍에서 배 농장을 운영하는 A씨가 열매를 맺지 못한 배 꽃들과 열매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박하늘 기자


[천안]올해 오락가락하는 이상기온에 유명 배 산지인 천안 성환읍과 아산 음봉·둔포면 농가들이 한 해 농사를 망칠 위기에 처했다. 이른 봄, 이상 고온으로 일찍 꽃망울을 터뜨린데다 화접(인공수분)할 시기엔 기온이 뚝 떨어져 수정이 안 돼 열매를 맺지 못한 탓이다.

26일 천안 성환읍의 한 배 과수원. 한창 열매를 솎아줘야 할 시기지만 이 과수원 A씨는 손을 놓고 있었다. 솎아줄 열매가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주변에도 아직 열매를 언제 솎겠다고 말하는 농장이 없다"며 "화접하는 내내 기온이 낮아서 수정이 안 됐다"고 말했다. 배 나무들 밑에는 수정이 안 돼 마른 꽃들이 떨어져 있었다. 배꽃이 떨어진 가지에는 열매가 보이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수정이 됐다면 이파리마다 5~6개 정도의 열매가 맺었어야 한다. 그나마 구조물들이 바람을 막아주는 쪽 나무 몇 그루에는 열매가 달렸다. A씨는 "착과율이 50%정도, 잘 안된 곳은 40% 정도다. 나중에 수확하면 정상과는 20~30% 정도일 것"이라며 "올해 6번을 화접 했는데도 이 정도"라고 털어놨다.

인공수분 시기에 기온에 낮으면 수정율이 낮아진다. A씨에 따르면 배의 수정에 적합한 온도는 20도(℃), 최저 18℃다. 성환읍은 이달 7일부터 화접을 시작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 시기 천안의 최저기온은 △7일 2.8℃ △8일 -1.5℃ △9일 -1.2℃ △10일 0.2℃로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평균기온은 △7일 7.9℃ △8일 7.2℃ △9일 8.8℃ △10일 11.0℃ 였다.

열매를 버티고 있는 꼭지들도 대부분 끝이 노랗거나 얇았다. 과일이 커지면 떨어질 것이 대다수 였다. 올해 꽃이 예년보다 5일 가량 일찍 핀데다 저온과 고온이 크게 차이난 탓이다. A씨는 "3년 전에도 냉해 때문에 수정이 잘 안됐었는데 올해는 더 안됐다"며 "예년에는 봉지를 8만 장 씌웠는데 올해는 5만 장 예상한다. 5만 장도 상품성 없는 열매까지 씌웠을 때 얘기"라고 했다. 가지에 하품의 열매라도 없으면 내년에는 꽃이 피지 않고 잎만 무성해지기 때문에 예년이면 씌우지 않을 열매도 어쩔 수 없이 씌워야 한다고 A씨는 설명했다. 미국 수출품을 생산하는 A씨는 올해 수출도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기준 천안시가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에 등록한 저온피해 농가 수는 98건 20헥타르(㏊) 다. 아산은 27일 기준 NDMS에 등록된 저온피해 농가는 121곳 132㏊다. 아산은 이 중 98%가 배 농가다. 아직 신청은 들어왔지만 시스템에 등록 안 된 농가 많아 피해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천안시와 아산시는 현장확인을 거쳐 오는 5월 12일까지 확정하고 피해내용을 산정할 계획이다.

이상기온은 배 뿐 아니라 타 작물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 천안 수신면 오이 농가들은 저온으로 수확량이 줄었다고 울상이다. 오이의 경우 22~28℃를 유지해야 성장이 좋지만 최근 주야간 일교차가 크다보니 일 출하량이 감소한 것. 수신면에서 오이를 키우는 B씨는 "예년보다 30% 출하가 줄었다"며 "시설 유지비도 만만치 않고 임금도 올라 갈 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가 수정이 안 돼 떨어진 배꽃들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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