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의 R&R, 디지털 대전환 선도
독해 AI 선생님·반도체칩 설계 플랫폼·스마트 안전 축사 등 성과
전 세계는 올해 '불확실성'과 '혁신'의 한가운데 놓여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가 없고 미·중 기술패권경쟁 심화,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 등 불확실성과 더불어, 챗GPT 등 인공지능(AI) 혁신 성과가 사회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AI와 5G·6G 통신, 메타버스, AI반도체 등 ICT(정보통신기술) 핵심·전략 분야의 혁신 기술들은 최근의 경제 위기, 기술패권경쟁에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ICT 연구개발(R&D)을 선도하는 연구기관으로서 2019년 △초지능 △초성능 △초연결 △초실감 △국가 지능화 5개 분야를 ETRI의 R&R(역할과 책임)로 선포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R&D 성과 창출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초지능, 외국어 독해 가르치는 AI 선생님=ETRI의 첫 번째 역할은 초지능이다. 초지능은 인간 수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복합 AI와 자율주행, 로봇 등 자율지능 시스템을 개발하는 분야다. AI 선생님과 대화하며 외국어 듣기·말하기·읽기를 배울 수 있는 독해 교육형 AI 기술이 대표 사례다.
ETRI는 세계 최초로 독해 교육에 딥러닝 기반 대화처리 기술을 도입해 독해 AI 선생님을 개발했다. AI와 대화를 나누는 기존의 방식을 넘어, 이 기술은 외국어 원서를 같이 읽고 대화하는 독해 교육까지 할 수 있다. ETRI가 개발한 비원어민 음성인식·발음평가·자동번역·독해 교육 대화 기술이 적용돼 교육의 기능을 한차원 넓혔다. 연구진은 이 외에도 '쓰기' 학습을 위해 학습자가 작성한 에세이 자동평가 기술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초성능, 원클릭으로 시스템반도체 자동 설계=ETRI의 두 번째 역할은 초성능이다. 이 분야는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어 양자컴퓨팅, AI 반도체 등과 같은 고성능 컴퓨팅을 구현하는 게 목표다. 최근 ETRI는 시스템반도체를 쉽고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 리스크파이브 익스프레스(RVX)를 개발했다.
현재 사물인터넷(IoT)·웨어러블용 반도체 칩의 약 90%는 ARM사의 CPU를 사용하고 있다. ARM사의 CPU를 사용하는 경우 설계 수정이 거의 불가능하고 로열티 부담이 있어, CPU 구조와 설계 자산이 오픈소스로 공개돼 있는 RISC-V 기반 칩이 CPU 제조·설계업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중소 팹리스 업체나 스타트업 등의 경우 오픈소스 검증, 설계 플랫폼 구축, 긴 개발기간 등 높은 진입장벽으로 여전히 칩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TRI가 개발한 RISC-V 반도체 칩 자동 설계 플랫폼을 활용하면 목표 성능에 적합한 IP를 선택한 후,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손쉽게 설계가 가능하다. 특히 RVX 플랫폼에는 IoT/웨어러블 분야에 특화된 초저전력 기술이 적용돼 있어 활용성이 높고 전력 소모를 약 35%까지 절감할 수 있다. 실제로 RVX 플랫폼을 통해 개발된 칩은 0.7V 전압으로 동작하는 IoT 애플리케이션을 0.48V 전압만으로 구동할 수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초저전력 성능을 입증했다.
◇초연결, 유럽에서 한국 스마트공장 제어= ETRI의 세 번째 역할은 초연결이다. 초연결 입체통신 기술과 자율적으로 진화하는 초연결 지능화 기술을 개발하는 분야다.
ETRI는 최근 한국과 핀란드에서 5G 기술과 대륙 간 유선 네트워크를 이용, 실시간으로 스마트공장 설비·로봇을 제어하고 감시하는 산업용 사물인터넷(IIoT) 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술의 핵심은 초저지연 통신기술이다. 1만㎞가 넘는 거리의 통신 지연을 0.3초 이내에 처리한다. 스마트공장에서 통신오류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이동속도도 중요하지만, 통신 지연과 데이터 손실이 최소화 돼야 한다. 통신 거리가 멀고 통신망이 복잡할수록 손실이 높아지는데, 이때 필요한 게 저지연·고신뢰 통신기술이다.
ETRI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핀란드의 오울루 대학과 경북 경산 하양읍에 위치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스마트공장을 연결했다. 1만㎞가 넘는 유선 네트워크를 연결하면서도 국내에서는 0.01초 이내, 해외에서는 0.3초 이내의 왕복 지연으로 실시간 서비스 시연에 성공했다. 이번 개발을 계기로 안정적인 통신품질 기반의 원격 스마트제조 서비스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제조·생산 분야의 국가 간 공유·협력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초실감, 진정한 메타버스 실현한 XR 협업 플랫폼=초실감은 ETRI의 네 번째 역할이다. 현실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의 입체 공간 기술과 오감·감성 체험이 가능한 초실감 상호작용을 연구한다.
ETRI는 확장현실(XR) 형태의 메타버스 공간에서 다수의 원격 참여자가 상호작용하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XR 협업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5명 내외로 실시간 협업이 가능했지만, 이 기술은 최대 11명의 참여자 데이터 동기화를 통해 협업을 실시간 지원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확장현실 기반 메타버스 공간을 세계 최고 성능으로 구현할 수 있다.
연구진은 XR 글래스 등에 모바일용 실시간 맵 학습 기술을 더해 실시간으로 XR 공간을 정렬·확장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가상으로 생성된 공간과 실제 공간의 오차는 수 ㎝에 불과할 만큼 정밀하다. ETRI는 사용자 간 상호 움직임이 0.1초 이내에 동기화되도록 플랫폼을 최적화했다. 인원이 늘어도 플랫폼의 연산속도가 유지되도록 조율한 것이다. 이 기술은 2021년 12월 원격 비대면 교육 시범서비스를 통해 실용성이 검증됐다.
◇국가지능화, 가상 축사 구축해 생산성 향상·가축질병 조기 탐지=ETRI의 마지막 역할은 국가 지능화다.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의료·안전·국방·제조 분야와 융합해 사회문제를 해결한다.
ETRI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디지털 트윈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안전축사 플랫폼 '트리플렛(TRIPLET)' 기술을 개발했다. 축산 분야에 AI·디지털 트윈 등 최신 ICT를 접목, 축산 질병을 예방하고 가축을 효과적으로 통제·관리한다. 24시간 돼지의 행동과 면역력을 분석해 가축질병을 조기에 탐지하고 생산성 향상, 에너지 사용률 최적화, 공기 재순환 등을 제어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30여 건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등록하는 한편, 상용화에 힘쓰고 있다.
ETRI 관계자는 "국가 ICT R&D를 선도하는 대표 연구기관으로서 기술개발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와 동시에 ICT를 통해 모든 국민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연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ETRI의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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