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근로자의 날'…더 서러운 택배·배달기사들

유혜인 수습기자,유가인 수습기자,김소연 기자 2023. 4. 3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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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며칠 앞두고 대전시 대덕구 한 상가에서 만난 택배기사 박 모(40) 씨는 근로자의 날 쉬는 건 언감생심이라고 했다.

이 씨는 "배달업의 장·단점은 일한 만큼 번다는 것"이라며 "코로나가 완화되면서 배달 수요가 줄어 콜을 최대한 많이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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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적용 못받는 '특수고용노동자'
"코로나 완화 '콜' 줄어 한건이라도 더 해야"
지난 27일 대전 대덕구 인근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기사 박 모(40) 씨가 탑차 내 배송 물류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유혜인 기자

"근로자의 날에 쉬어 본 적도, 쉰다고 생각한 적도 없어요"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며칠 앞두고 대전시 대덕구 한 상가에서 만난 택배기사 박 모(40) 씨는 근로자의 날 쉬는 건 언감생심이라고 했다. 10년째 택배 일을 하는 그는 그날에 대해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매년 똑같이 일해서인지 무덤덤하다. 택배 기사는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휴일인 근로자의 날 휴무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박 씨의 하루 배송 물량은 평균 200여 개, 그가 받는 수수료는 건당 770원이다. 배정받은 물량을 모두 배송하기 위해 하루가 빠듯하다. 늘 시간에 쫓기기에 바쁜 발걸음에 그의 이마에는 땀이 맺혀 흘렀다.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근로자의 날 휴식에 대해 묻자 그는 "한 번도 쉬어본 적 없어요. 쉰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요"라고 말했다. 하루 쉬면 다음 날 몫이 늘어나기 때문에 차라리 쉬지 않고 나눠서 배송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박 씨는 "가장 물량이 많은 화요일은 저녁 9시쯤 끝나는데, 근로자의 날이 월요일이라 다행"이라며 "전날이 쉬는 날이라 발송을 못 하니 월요일은 물량이 별로 없다"고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그는 이내 아파트 단지를 돌아 다른 배송지로 향했다.

지난 29일 오후 3시 30분쯤 배달원 이 모(28) 씨가 공주대학교 인근 원룸에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유가인 기자

근로자의 날, 쉬지 못하는 것은 배달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이들 또한 특수고용노동자다.

지난 29일 오후 3시. 충남 공주시 신관동에서 음식 배달을 하는 이 모(28) 씨는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배달 콜(호출)을 잡기 바빴다.

이 씨는 "배달업의 장·단점은 일한 만큼 번다는 것"이라며 "코로나가 완화되면서 배달 수요가 줄어 콜을 최대한 많이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2시간 동안 이 씨가 배달한 건 11건. 대부분 음식 배달이기에 늘 시간과의 싸움이다. 배달이 늦어지면 주문자는 배달원이 아닌 음식점에 항의하기 때문에 점주와의 갈등을 피할 수 없어서다. 옥룡동의 한 음식점 점주는 "왜 이렇게 늦게 오냐"며 "손님이 재촉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배달이 생업이 된 이 씨는 하루 많게는 80건의 배달을 한다.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건당 3000원 벌이다. 일한 만큼 벌 수 있기에 청년 배달원이 부쩍 늘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씨는 "젊은 분들도 정말 많다"며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빚을 갚거나 생활비를 마련하는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같은 업체에서 만난 박 모(26) 씨는 이 씨의 말처럼 생활비 마련의 이유로 일을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오토바이 배달원의 교통 법규 위반 등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아 고민했지만, 취업이 되지 않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박 씨였다.

그는 "콜을 덜 잡으면 교통을 준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들어봤지만, 3건 가서 최저시급 못 미칠 바에 알바가 나은 수준"이라며 "안전을 생각하면서도 빠른 배달을 원하는 고객까지 고려하면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 배달업계의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133주년 세계노동절이자 근로자의 날 1일. 배송·배달노동자의 쉼 없는 근로는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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