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이중언어 경쟁력, ‘공생’ 너머 ‘상생’이 관건 [송민섭의 통계로 본 교육]
정부, 다문화 이중언어 교육 확대 추진
다문화 학생 10년간 3.6배나 늘었지만
“부모 모국어 잘하고 싶다” 27% 그쳐
‘게토’로 소외 우려… 수용성 제고 시급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제4차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2023∼2027)’에서 유독 눈길이 오래 머문 대목이 있습니다. 다문화 청소년들 진로개발 지원을 위한 정책 과제로 이중언어 학습기회 및 우수 인재의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HRDB) 등재 확대를 제시한 것이었습니다.
반가웠습니다. 그간 부모들 재량에 맡겨졌던 다문화가족 자녀들 이중언어 경쟁력을 정부가 전담 교실이나 온·오프라인 강좌 등 공교육을 통해 적극 키우겠다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다문화 학생에 대한 정책 방점이 확실히 주류 사회로의 ‘동화’나 ‘지원’이 아닌 ‘인정’과 ‘상생’ 쪽에 찍혀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이중언어 교육이 이번에 처음 나온 정책은 아닙니다. 2012년부터 다문화 교육 정책 방향이 ‘글로벌 시대 잠재적인 국가 인재 양성’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이중언어 교육이 본격 시작됐습니다. 2013년 전국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가 시작됐고, 2018년 544명이던 다문화언어 강사는 지난해 693명으로 늘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반응이 심드렁합니다. 여성가족부의 ‘2021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외국 출신 부모의 모국어를 한국어만큼 잘하고 싶다’는 학생 비중은 27.3%에 그쳤습니다. 2018년 응답률(42.4%)보다 15.1%포인트나 감소했습니다.
왜일까요? 일단 이중언어를 자신의 경쟁력으로 삼을 만한 다문화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다문화 학생 4명 중 3명가량(74.7%)은 국내에서 태어났습니다. 외국인가정 자녀는 19.4%, 중도입국은 5.9%에 불과합니다. 이중언어 교육 지원에 대한 수요는 학습지원(3.42점), 진로상담(3.31점)보다 낮은 2.96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이 먼 미래를 고민하기엔 오늘날 삶이 너무 팍팍하기 때문은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다문화 학생의 학교폭력 경험률은 2.3%로 전체 학생(1.1%)보다 2배 높습니다. 집단따돌림(49.1%)과 협박·욕설(43.7%)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 같은 통계는 우리 사회가 빠르게 다문화사회로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웅변하는 듯합니다. 순혈주의에 기댄 차별과 혐오까진 아니더라도 내 일자리·거주지·자녀교육 문제와 엮이게 되면 다문화가족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희망의 근거는 있습니다. 2021년 성인들의 다문화 수용성은 52.27점으로 2018년(52.81점)보다 되레 떨어졌는데 다문화 이해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의 수용성은 71.39점으로 비교적 높았고, 해마다 나아지고 있습니다. ‘상호존중에 기반한 다문화 수용성 제고’를 위해 연령별·대상별 맞춤형 다문화 이해교육을 펼치겠다는 정부 정책 목표가 4년 뒤엔 어느 정도 결실을 맺길 기원해봅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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