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누가 '진짜' 피해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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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가 주가조작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과거 주가조작 의혹 세력의 방송에 나온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임씨가 과연 피해자인가' 하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진짜' 피해자로는 먼저 신용을 일으켜 매수한 '선량한' 투자자들을 꼽을 수 있다.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누가 '진짜' 피해자인지 가려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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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가 주가조작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차액결제거래(CFD) 후폭풍이 만만치 않게 불고 있어서다. 며칠 새 외국계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창구를 통해 매도물량이 쏟아진 삼천리와 하림지주, 대성홀딩스, 선광 등 8개 종목은 주가가 연달아 하한가로 직행하는 등 말 그대로 곤두박질쳤다. 모두 합쳐 시가총액 수조원이 증발했다. 4월 28일 일부 종목이 소폭 반등했지만 제자리로 돌아가는 길은 멀고 험난해 보인다.
때마침 가수 임창정씨가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도 피해자"라며 등장했다. 투자금액이 무려 30억원에 이른다. "좋은 재테크라 믿었으나 주식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상식적으로는 전혀 이해되지 않지만) 신분증과 통장, 휴대폰까지 선뜻 내줬다. "그게 그들의 룰인 줄 알았다"는 해명이 붙었다. 주가조작 의혹 세력은 이를 이용, 신용매수에 나서 84억원까지 투자를 늘렸다.
임씨에 따르면 투자한 지 한 달여 만에 30억원이 58억원으로 불어났다. 일반투자자들은 경험하기 힘든 엄청난 수익이다. 주가조작 의혹 세력은 종목과 물량, 가격 등을 사전에 담합하는 행위를 '통정매매'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그때는 '미친 수익률'에 도취해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한 걸까. 주가가 폭락하고,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서자 임씨는 피해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하지만 과거 주가조작 의혹 세력의 방송에 나온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임씨가 과연 피해자인가' 하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진짜' 피해자로는 먼저 신용을 일으켜 매수한 '선량한' 투자자들을 꼽을 수 있다. 주가가 출렁이지 않고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고 신용으로 투자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하기 쉬웠다는 분석이다. 주가가 연달아 하한가를 맞으면서 반대매매에 몰려 막대한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크다. 매도물량이 대거 쏟아진 탓에 손을 쓸 틈도 없었다. 이들은 본인이 쓴 담보가치 이하로 하락한 경우 투자금 손실에 더해 증권사에 추가로 변제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증권사들도 피해자 가운데 하나다. 증권사들은 고객에게 제공한 신용금액 이하로 주가가 하락한 경우 일일이 고객들과 협의해 추가로 변제받는 작업을 벌여야 한다. 이번 사태로 입은 손실을 개인투자자들이 감당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들이 이를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미수(또는 부실)채권이 발생하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한 증권사의 미수채권이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일반투자자들도 피해자인 건 마찬가지다. 시장에 대한 신뢰가 크게 손상돼 상당 기간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수도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합동수사팀을 구성했다.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누가 '진짜' 피해자인지 가려내 주기를 바란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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