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상대적 약자`도 품는 유니버설 디자인
국어사전에서 약자(弱者)는 힘이나 세력이 약한 사람이나 생물, 또는 그런 집단을 의미한다. 인류 역사 속에는 수 많은 종류의 약자들이 있었다. 첫 번째 약자로서 장애인이 있다. 장애인복지법의 정의에서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소수자이며, 약자를 의미한다.
두 번째는 1930·40년대 나치 독일 정권에서 제도적으로 탄압되고, 조직적으로 학살된 수용소의 유대인들이 있었다. 이들은 사람으로 인정되는 않는 비인간적 존재로서 'non person' 이었다. 기본적인 법적·사회적 인권이 결여되거나 상실되고, 박탈당하여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간주되었다.
세 번째로는 영어로 'second-class citizen'이라는 2등 시민 개념의 약자가 있다. 특정 국가에서 인종분리 정책이나 동성간의 결혼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차별받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정식 시민(법적 거주자)임에도 국가 또는 정치적 관할권에서 체계적·적극적 차별을 받는 사람들로서 언어 종교 교육 재산 소유권 등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받은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Disadvantaged' 또는 'underprivileged'의 개념에 해당하는 상대적인 약자가 있다. 우리말로 해석하면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 '소외된 사람'을 의미한다. 우리 주변의 이웃, 친구, 가족 그리고 나 자신도 약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왕따'라는 사람도 약자이고, 대화할 상대가 없는 사회적 고립자도 해당한다. 또는, 취업을 준비 중인 20·30대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50·60대도 해당한다. 코로나 시기에 비대면 환경에서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던 노인들도 약자일 수 있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위기의 가구와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도 상대적인 약자들이다.
2등 시민, 비인간적 존재는 2023년 대한민국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장애인들은 명확하고, 직관적으로 장애인임이 판단할 수 있다. 이들은 선천적이고 영구적인 약자로서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반면, 'Disadvantaged' 또는 'underprivileged'에 해당하는 공정한 기회를 잃어버린 상대적인 약자들은 갑작스런 상황에서 약자가 된 경우이며, 선천적보다는 후천적 이유에서 예기치 못한 약자의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다. 단, 장애인과 다르게 이들은 단기적으로 빠르고 세밀한 대응을 해준다면 정상 사회로의 복귀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은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처럼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들 스스로가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들의 약자로서의 원인과 현상을 해결만 해주면 공동체 복귀가 가능함에도 이들은 약자로서 공정한 기회를 잃어버리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것이다.
상대적인 약자들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감성적 접근이 필요하다. 일반적이고 정량적인 정책적 접근에서는 이러한 상대적 약자들이 파악되기 어렵고, 그들의 숨어있는 니즈(needs)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지적, 논리적, 이성적 정책보다는 본능적, 심리적, 직관적인 '디자인 감성'에 기반한 정책이 필요하다. 상대적인 약자들은 대부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기에 우리사회가 그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디자인에서는 장애인 중심의 약자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지원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여기에는 겉으로 보기에 장애가 없는 상대적인 약자에 대한 대안이 부족하다. 그래서 서울시가 추진하는 약자동행 디자인에서 집단보다 개인과 가정을 중심으로 상대적 약자들을 보듬어서 누구에게도 차별없는 진정한 '약자동행'의 의미를 찾았으면 한다. 장애인에 대한 지원과 함께 상대적인 약자들도 배려할 수 있는 디자인 감성을 정책에 적용해 일상생활의 편의성 제고와 삶의 질을 개선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불편없이 살기 좋은 서울을 조성하길 바란다. 여기에 디자인 감성이 핵심 원동력이 될 수 있고, 서울시만의 차별화된 디자인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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