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휴대폰도 고전… 對中 무역적자 굳어질수도 [경고음 커지는 對中 수출]
리튬배터리는 수입이 두배 많아
LCD·LED도 따라잡힌 지 오래
中, 첨단산업에 중간재도 국산화
"무역적자, 일시적 현상 아니다"
스마트폰에서부터 노트북, 전기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두루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단일 품목 수출 2위로 한국이 세계 최강으로 꼽히지만, 중국과의 무역에서는 수출국이 아니라 수입국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의 중국산 수입액은 올들어 지난 2월까지 46억1482만달러로, 수출액(25억7167만달러)보다 거의 두배 가까이 많다.
스마트폰이나 액정표시장치(LCD),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 다른 첨단 산업에서도 한국은 대중국 순 수출국이 아닌 수입국이 된지 오래다. 한중 수교 30여년간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광활한 내수 시장 등에 힘입어 한국 기업들이 차지한 시장을 잠식해왔으며, 그 결과는 최근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로 이어지고 있다. 대중 무역적자가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30일 중국 해관총서(한국 관세청에 해당) 무역 통계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한국의 대중 수출(중국의 대한국 수입)은 382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2% 감소했다.
중국의 올해 1분기 전체 수입이 작년 1분기에 비해 7.1% 줄어든 가운데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 폭은 중국 해관이 '주요 국가·지역'으로 분류하는 23곳 가운데 가장 컸다. 한국을 제외하면 반도체 수출 비중이 큰 대만의 대중 수출 감소율이 28.0%로, 한국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 무역 수출액은 작년 6월부터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수출 감소세는 최근 들어 더 가파른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지난 3월에는 전년 동기보다 무려 33.4% 줄었다. 반대로 수입은 지난 2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작년 11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던 대중 수입액은 지난 2월 5.9% 증가한 데 이어 3월에도 4.5% 늘었다. 이에 따라 대중 무역수지는 6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정부 통계를 기준으로 올해 1분기 대중 무역적자는 78억달러에 달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22.8%에서 올 1분기 19.3%로 2.5%포인트나 급감했다.
품목 기준 대중국 수출 1위인 메모리반도체의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2월 말 기준 한국의 대중국 메모리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44.6%나 급감했다. 하지만 반도체뿐만 아니라 중국의 중간재 국산화와 첨단산업 육성 정책으로 한국에 대한 산업 의존도가 줄어드는 추세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한국은행은 '중국 리오프닝의 국내 경제 파급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의 자급률 상승 같은 구조적 요인은 중국 경제 회복의 (타 국가) 파급 영향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이 산업 고도화를 위해 지속해 자급률을 높여가면서 수입 수요가 기조적으로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중국은 한국산 중간재를 수입, 완성제품으로 만들어 수출해왔는데 이런 글로벌 분업구조가 깨지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자동차와 일부 첨단 산업에선 중국 제품과의 경쟁에서 이미 밀리고 있는 추세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스마트폰의 중국산 수입액은 4억3776만달러이며, 수출액은 단 9만6000달러에 불과했다.
과거 한국이 세계를 호령했던 액정표시장치(LCD) 등 평판디스플레이 모듈 시장에서도 대중국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더 많았고, 형광등을 대체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의 경우 이미 중국산이 시장을 점령한 지 오래다.
시스템반도체나 소프트웨어 등의 경우 이미 중국이 우리나라를 뛰어넘기도 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미국과의 시스템소프트웨어(SW) 경쟁력을 비교한 바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 대비 기술격차가 0.9년으로 가장 적었고, 그 다음이 한국(1.0년), 유럽(1.0) 등의 순이었다. 2016년 약 2.3년 차이가 났던 중국의 미국 대비 시스템SW 경쟁력 수준은 단 5년 만에 1.4년이나 좁혀졌다.
한국은행은 "대중 수출은 당분간 예상보다 약한 흐름을 보이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글로벌 IT 경기의 회복 시점 및 속도와 더불어 중국의 산업 구조 변화 등이 대중 수출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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