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처분 대주주 줄소환 예고… `SG사태` 작전세력 정조준

이윤희 2023. 4. 3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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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세력' 연루 조사
檢·금융위·금감원 자료 분석 중
1주일간 8개종목 시총 7.8조 증발
증권사 CFD 신규가입·매매 중단

프랑스계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여파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한가 파동이 진정되면서 검찰과 금융당국의 칼끝은 주가 조작 세력을 정조준하고 있다. 일부 기업 대주주가 주가조작 조사 사실을 인지하고 주식을 대량 매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 대주주들의 줄소환도 예고되고 있다.

◇1주일 만에 8조원 증발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8일 삼천리·서울가스 등 코스피와 코스닥 8개 종목의 시가총액(종가 기준)은 총 4조3456억4000만원. 단 1주일 만에 7조8492억9000만원이 사라졌다. 서울가스와 대성홀딩스, 선광 등 세 종목은 사상초유의 4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맞았다. 4거래일 연속 하한가 종목이 나온 것은 2015년 6월 가격제한폭이 15%에서 30%로 확대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낙폭이 과도한 이들 종목을 순매수하면서 길게 이어졌던 하한가 행진은 일단 마무리됐다.28일 삼천리는 전날보다 22.89% 오른 15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서울가스(13.49%)와 대성홀딩스(8.79%), 선광(2.1%), 다우데이타(5.34%), 다올투자증권(10.43%), 하림지주 (2.97%) 등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오전엔 하락세를 보였던 대성홀딩스와 선광은 오후 들어 상승으로 반전했다.

◇"일단 중단"…몸사리는 증권사들=증권사들은 우선 이 사태의 원인으로 꼽히는 CFD(차액결제거래)의 신규 가입과 매매를 중단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 27일 오후 6시부터 국내·해외주식 CFD 서비스 신규 가입을 일시 중단했다. 26일에는 국내·해외 CFD 계좌의 신규 매수·매도 주문을 중단하고, 기존 보유잔고에 대한 청산거래만 가능하게 조치했다.

한국투자증권도 5월 1일부터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전종목의 CFD 신규 매매를 중단한다. 다만 CFD 계좌의 잔액을 보유한 사람은 청산 매매가 가능하다. 이들 증권사는 추후 별도 공지를 통해 CFD 신규 매매를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신한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 역시 문제가 된 8개 종목의 매매를 중단했다. 메리츠증권은 운영을 전면 중단하진 않되 종목별 한도를 보수적으로 정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NH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거래 규모가 크지 않아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증권은 CFD 서비스를 제공한 적이 없다.

CFD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거금을 내고 차익을 얻고, 증권사는 대신 주식을 매매해 수수료를 가져가는 장외 파생금융상품. 증거금률은 종목별로 다르지만 최저 40%에서 100%로 설정할 수 있어 최대 2.5배의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정해진 증거금률을 유지하지 못하면 반대매매를 통해 강제 청산(반대매매)되는 등 위험성이 커 전문투자자만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헤지(위험분산)를 위해 대부분 외국계 증권사와 협업하고 있다. 개인이 국내 증권사와 계약을 맺으면 이 증권사가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한국거래소에 실제 주문으로 넘기는 방식이다. 이번 사태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SG증권에서도 "고객으로부터 위탁받은 매매 주문을 실행한 것이라며 규제당국의 현장 조사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거래구조상 투자 주체가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신변 노출을 꺼리는 유명 자산가들이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특정 세력이 개입해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이 적은 종목을 대상으로 주가 조작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제계 인사들과 연예인, 의사, 프로골퍼 등 유명인들이 연루됐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며 더욱 사태를 키웠다.

◇대주주 보유 주식 처분…커지는 의심의 눈초리=폭락 사태 이틀 전에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다우데이타 보유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지면서 입방아에 올랐다. 김회장은 지난 20일 시간외매매로 다우데이타 140만주(3.65%)를 주당 4만3245원에 처분해 605억원을 확보했다. 이에 대해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은 "매각 시점이 공교롭긴 하지만 우연에 불과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김영민 서울가스 회장도 지난 17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주당 45만6950원에 10만주를 팔았다고 공시했다. 매도 금액은 456억9500만원에 이른다. 이중명 전 아난티 회장도 주가조작 세력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가수 임창정도 주가조작 세력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H회사에 자신과 아내의 신분증을 맡겨 대리투자 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현재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합동수사팀을 구성해 관련자 출국금지와 압수수색 등을 동원해 조사 중에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관계 기관과 협력해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하겠다"면서 "모든 역량을 동원해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서 여러 가능성을 보고 있지만, 이제 수사를 시작한 단계여서 확정적으로 이야기하긴 어렵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제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면 그렇게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일당이 계좌를 여러 곳으로 쪼개 오랫동안 표시 나지 않게 주가조작을 해왔다면 계좌 간의 관계를 입증하는 등 조사 자체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사 기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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