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들 방미 정상회담 후 ‘여야 대표’ 만나…윤은 만날까?
한·미 동맹을 안보와 경제의 기틀로 삼아 온 한국에서 대통령이 미국을 찾아 한·미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미국에서 돌아와 여야 지도부를 상대로 회담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미국에서 돌아와 취임 후 처음으로 야당 지도부를 만나는 자리를 만들지 주목된다.
경향신문이 2000년대 들어 취임한 대통령들의 사례를 집계한 결과 노무현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다수의 경우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여야 대표와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다자회담이나 유엔총회를 목적으로 미국에 간 경우는 제외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총 3번의 방미 정상회담 중 2번 여야 대표를 불러 회담 성과를 공유했다. 그 중 2005년 6월 회담은 그해 2월 북한이 핵무기 보유 사실과 6자회담 거부를 발표하고 남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천명한 의미가 있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세 차례 미국에서 돌아와 모두 여야 대표와 만났다. 북한 유사시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는 확장억제를 명문화하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미국산 소고기 수입 등 양국 간 주요 이슈가 논의됐던 때였다. 2011년 10월에는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와 같은 국빈 방문이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각각 2번 중 1번, 4번 중 2번 여·야 대표들과 만났다.
역대 대통령들은 한·미 정상회담 후 만난 야당 대표들에게 정국에 관한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2015년 10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 대통령을 불러 방미 성과를 설명한 후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왜 대통령께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매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을 들었다. 2021년 5월에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문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오찬 간담회를 열었고,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이 “집을 가져도 고통이고 못 가져도 고통이다. 애꿎은 국민이 투기꾼으로 몰리고 있다”고 대통령 면전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를 꼬집었다.
역대 대통령들이 미국에서 돌아온 후 여야 대표를 만나지 않았을 때는 대체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 박 대통령이 2013년 5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과 취임 후 처음으로 한 정상회담에서는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과 회담 4일 후에 바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했다. 2019년 4월에도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4일 후에 중앙아시아 순방이 있었다.
대통령이 초청했으나 야당 대표가 만남을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 2009년 6월 이 대통령의 만남 요청에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노 대통령 검찰 수사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불참했다. 2017년 6월 문 대통령의 초청에는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참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현재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전 원내대표를 포함한 야당 지도부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12년 만의 미국 국빈 방문에다가 여당에서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 극찬한 ‘워싱턴 선언’이 있었던 만큼 이번엔 여야 지도부를 만나 방미 성과를 공유할지 관심이 모인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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