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한 북핵 확장억제력… 북·중·러 반발 ‘신냉전’ 구도 부담 [한·미 정상회담 이후]

이현미 2023. 4. 3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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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방미 성과와 과제
핵협의그룹 설치해 韓에 발언권
尹 “나토 다자 약정보다 실효성”
美 고위급은 “사실상 핵공유 아냐”
실행과정 한·미 협력 수준이 관건
美와 보조 맞춘 ‘가치 외교’ 노선
中 반발 사고 러 경계심 높여 ‘긴장’
“韓 전술핵·핵무장 피한 최선책”
“韓 결정권 높일 제도 보완 필요”
윤석열 대통령은 국빈 방미 기간 현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인 ‘북핵 위험 억제’와 ‘리더 국가로의 부상’, ‘세일즈 외교’ 차원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시에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이른바 ‘가치 외교’ 노선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반발을 사고 러시아의 경계심을 높였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한반도에서 미국의 ‘핵우산’을 강화하는 내용의 ‘워싱턴 선언’은 최대 성과로 꼽히지만 향후 실행 과정에서 한·미의 협력 수준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북핵 위협 맞선 ‘워싱턴 선언’, 한·미 협의 수준이 관건

‘워싱턴 선언’은 한반도 주변에 핵잠수함 등 미 전략자산을 상시 수준으로 배치하고, 양국 간 ‘핵협의그룹’(NCG)를 설치해 미 핵전력의 운용 계획과 실행 과정에서 한국에 발언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미국 주도인 현재의 확장억제 논의 구조를 한·미 협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조치라는 게 대통령실의 평가다. NCG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이 미국과 맺고 있는 핵 공유 체제를 본뜬 것이다.

윤 대통령은 4월28일 미국 하버드대에서 연설을 마친 뒤 질의응답에서 ‘워싱턴 선언’과 관련, “(한·미가) 1대1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나토 회원국의 다자 약정보다는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한·미의 양자 체제라서 나토 체제보다 밀도 있는 협의가 가능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우리 국민들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처럼 느껴지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는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의 언급은 너무 나간 것이란 해석이다. ‘사실상 핵공유’가 되려면 나토식 핵공유 방식처럼 역내에 미국 전술핵이 배치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26일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자신들의 트위터(SNS)를 통해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SSBN 741)의 괌 입항 사진을 공개했다. 인도태평양사령부
미국은 이번에 노태우정부 시절 철수한 미국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미국 고위 관계자도 대통령실의 ‘사실상 핵공유’ 언급에 대해 “사실상의 핵공유로 보지 않는다”고 즉각 부인했다.

중국, 러시아와의 긴장 고조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동북아 ‘신냉전’ 구도가 강화되는 것도 부담되는 대목이다.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에 반발하며 북·중·러가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또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만 문제 등 인도태평양 지역 현안에 미국과 일치된 목소리를 내며 당장 중국, 러시아가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실 내부에는 미·중이 협력했던 과거에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같은 ‘줄타기 외교’가 가능했지만, 미·중 패권경쟁 시대에는 결국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윤 정부의 미국 밀착 외교에는 이러한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우려 해소 위한 최선” vs. “북핵 위협 우려 완화 못할 것”

워싱턴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 수미 테리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4월29일(현지시간) 본지 인터뷰에서 ‘워싱턴 선언’에 대해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거나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을 허용하는 위험 없이 한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테리 국장은 “현재로서 워싱턴 선언은 미국이 제공할 최선이며 합리적인 타협안”이라고도 말했다. 또 테리 국장은 “북한의 위협이 계속해서 진화하고 확대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합의가 한국인들의 우려를 완화하지는 못할 것 같다”면서 “7차 핵실험을 포함한 북한의 향후 도발은 워싱턴 선언에 포함되지 않은 미국의 전술핵무기 한국 배치 또는 '핵 공유' 합의와 같은 조치에 대한 한국의 요구를 여전히 증가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3일 북한에서 시험발사한 ‘화성포-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은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합의한 전략 기획과 실행을 전담하는 NCG를 만듦으로써 한·미 간의 (핵 공동기획에 대한) 토대를 만들었다”며 “최후의 핵 사용 결정은 미국이 하더라도 지금까지 전혀 하지 않았던 정보 공유, 기획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통화에서 “지난해에 비해 한국인들의 우려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고, 이 변화된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며 “차관보급 협의를 통해 더욱 자주,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면이 있고 결정권을 높이는 것은 추후 제도적 보완을 통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미·홍주형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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