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기업 중심 정책 대전환… 수출·물가 등 지표 개선 '숙제'[尹정부 1년 성과와 전망]
규제 위주였던 부동산세제 손질
시장 안정화 최대 성과로 꼽혀
법인세 인하·K칩스법 도입 등
기업 활력 높인 정책도 주목
오는 10일이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된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 시기나 취임사, 올 신년사 등에서 경제관련 핵심어로 줄곧 '자유' '시장' '민간'을 강조해 왔다. 경제 분야에 한정한 국정비전은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로 요약된다. 윤 정부는 우선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의 규제 일변도였던 부동산세제를 시장 중심으로 대거 손질했다. 기업활력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법인세를 인하했고, 이른바 'K칩스법'도 입법에 성공했다. 재정정책 또한 확장일변도에서 건전재정으로 방향을 전환했다.파이낸셜뉴스는 곧 다가올 윤석열 정부 1주년에 맞춰 경제, 외교, 산업 등 여러 측면에서의 성과를 총 9회에 걸쳐 짚어본다.
"물가, 환율, 수출 등 악조건 속에서 경제 전반의 상황 관리에 집중한 1년이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기업을 중심에 두고 불안한 대외환경 속에서 시장친화적 정책을 일부분 시행한 기간이었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
4월 30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 내부적으론 이 같은 '시장·기업'에 방점을 찍은 정책방향 속에서 부동산 값 안정, 높은 고용률 등을 취임 1년 성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고물가는 지속되고, 수출은 뒷걸음치는 등 경제 전반이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어 "마땅히 성과로 내세울 게 없다"는 고충도 나온다. 성태윤 교수는 "1년 동안 관리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중장기를 보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원 실장도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윤석열표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동산 등 '세제 정상화' 집중
윤 정부 1년 경제정책 중 국민의 체감도가 가장 높은 것은 부동산 정책일 것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풀린 유동성 등으로 주택 값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관련 정책만 임기 중 23번 내놨을 정도여서 이를 일부 되돌리는, 이른바 정상화 정책이 그만큼 와닿을 수 있다. 문 정부는 대부분 세금을 올리고 대출을 옥죄는 수요억제책을 썼다.
하지만 윤 정부는 전 정부의 부동산세제를 대거 손질, 인하하는 방식의 시장안정화를 모색했다. 지난해 말 종부세법 개정을 통해 0.6~6%였던 종부세 세율은 올해부터 0.5~2.7%로 낮아졌다. 또 기본공제액은 1주택자 기준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됐다.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 기본공제액은 현행 12억원(1인당 6억원)에서 18억원(1인당 9억원)으로 확대됐다. 다주택자 공제액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늘어났다.
정부가 윤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경제성적표를 제시한다면, 과열됐던 부동산 시장이 지난 한 해 내림세를 보인 정책적 노력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가능성이 높다. 실제 기재부는 경제정책국이 주축이 돼 1년 동안의 정책 성과물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활력을 높이는 세제 지원도 윤 정부의 주요 정책적 성과로 분류된다. 법인세율이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서 1%p씩 내리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은 올해부터 적용된다. 법인세율이 내리는 것은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연간 영업이익 3000억원 이상 대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이 25%에서 24%로 하향 조정되는 것이다. 기업의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12년 만의 임시투자세액공제 재도입,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공제율 상향을 핵심으로 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시행도 성과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이차전지·백신·디스플레이·수소·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6개 국가전략기술 분야가 대상이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세액공제율은 15%로, 중소기업은 25%로 확대되고 직전 3년간 연평균 투자금액 대비 증가분에 대해선 올해에 한해 10%의 추가 공제 혜택도 주어진다.
■경제지표 성과 제시엔 한계
윤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경제를 5회 언급했다. 하지만 올 신년사에서는 '경제'가 11회, '수출'이 6회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에다 미·중 패권경쟁 강화, 미국의 긴축정책 등 대외여건이 악화되면서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가 극심한 경기한파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수출진흥을 통해 경제활로를 찾겠다는 의지를 신년사에 담은 것이다.
실제 1년간 경제지표는 두드러지게 개선된 부분은 없다.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3월 소비자물가는 4.2%를 기록, 지난해 7월 6.3%보다 둔화됐지만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 3월 외식물가는 전월 대비 0.8% 올라 전체 물가상승률(0.2%, 전월 대비)의 4배다. 수출은 올 4월까지 7개월 연속 감소하고 무역적자도 14개월째 이어갈 것이 확실시된다. 내수도 활력이 떨어지면서 올 경제성장률이 1%대 초반까지 하락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다.
정책당국이 '상저하고(상반기는 성장률이 낮지만 하반기는 개선된다)' 전망을 견지하고 있지만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예측도 우세하다. 추 부총리는 "(고용상황은 좋지만) 물가가 아직 높고, 성장 반등이 크지 않아 서민들이 힘든 측면이 있다"며 "수출도 플러스로 가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서서히 나아지면서 무역적자 폭은 조금씩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최근 경제상황을 평가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상저하저'를 전제로 성장잠재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교수는 "1년간 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관리는 잘했다고 본다"며 "다만 그동안 시장 정상화에 집중했다면 앞으론 과감한 규제혁파와 세제·예산지원으로 민간 주도의 성장동력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주원 실장은 "최근 유류세율 조정 여부를 놓고 정책혼선이 있었다"며 "윤 정부는 향후 경제정책에서도 뚜렷한 철학, 예를 들면 이명박 정부의 선진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같은 어젠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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