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찍고 반포 뒤집은 아파트...거래 취소 해프닝 전말은?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200㎡ 펜트하우스가 지난 1월 16일 100억원에 중개거래됐다가 3개월 만인 지난 4월 19일 해제 사유 발생을 이유로 무효됐다.
당시 부동산 상승기에 신고가 기록을 세운 아파트들의 거래가 연이어 취소돼 국토부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해 처벌을 내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 이 사례 역시 전형적인 시세 교란 행태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부동산 거래 신고는 계약 이후 한 달 안에 진행해야 한다. 계약이 취소된 경우에도 신고는 해야 하지만 정해진 기한은 없다. 이에 집값 띄우기 의심거래들은 주택을 고가에 매매한 뒤 수개월 뒤에 계약 해지 신고를 넣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사이 호가가 뛰면서 시세가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재신고를 위한 취소일 뿐 이미 잔금 처리까지 끝난 정상거래라고 설명했다. 서초구청도 재신고 신청이 거래 해지 직후 들어온 것을 두고 허위 거래 신고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통상적으로 ▲매수자 추가 ▲관계 지번 추가 ▲거래금액이나 계약일 등 거래 정보 변경 ▲매도·매수인의 성명이나 주민등록번호 등 정보 변경 ▲중개사무소 추가 등이 필요한 경우 이미 신고를 완료한 거래라도 해제한 후 다시 신고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복수의 조합원들은 “매도인이 아크로리버파크에서도 재미를 봤는데 여기에서도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고 한다”며 “분양권을 매입하고 잔금을 치렀다면 조합에 조합원 자격 승계를 위한 변경 신청이 들어와야 하는데 아직 접수된 건이 없다”고 귀띔했다.
공교롭게도 과거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차아파트를 허물고 재건축한 아크로리버파크의 조합장이 현재 래미안 원베일리의 부조합장과 동일 인물이다. 심지어 조합 내부에서도 잔금 완납 및 정상 거래 여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수요자 주의가 요구된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신반포3차아파트와 경남아파트를 통합 재건축한 2990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다. 오는 8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분양가는 평당(3.3㎡) 5653만원이었지만,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감에 1순위 청약에만 3만6000개가 넘는 청약통장이 들어왔다. 이번에 거래된 펜트하우스는 일반분양 당시 공급 물량이 아니었던 주택형이다. 조합원에게만 59억원대에 분양됐다.
전문가들은 뒤늦은 조사와 처벌로는 수요자 피해를 예방할 수 없다며 시스템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국토부는 거래자 또는 중개인에게 거래금액만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수요자들은 계약서상 가격과 실제 거래가격이 다르거나 허위 거래 신고여도 확인할 길이 없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거래 완료 여부나 잔금 이행 여부와 관계없이 신고필증만 있으면 된다”며 “제도적 허점을 악용해 실거래가를 조작하는 것이 간단한 만큼 시스템부터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택거래 가격이 비정상적이라면 지방자치단체와 관할지 세무서가 조사를 시작할 필요가 있고, 거래 취소 및 재신고 사유를 명확히 표기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국토부는 오는 하반기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등기 여부를 표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등기가 뒤따르지 않은 거래가 일정 기간 게시돼 있다면, 정부가 제재에 나설 근거가 되고 소비자도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실거래가 띄우기는 유독가스 같은 시장 파괴 행위”라며 “집값 조작 세력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수준으로 처벌하고, 금융감독원에 버금가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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